응답하라 1994
뒷북도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는데... 설연휴 내내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거기다 에피소드와 주인공들이 나온 택시까지 눈이 빠지도록 챙겨보며 행복했다. 94학번이라는 개인적인 각별함과 스무살 시절의 풋풋한 청춘을 복기하는 아련함 그리고 깨알같이 챙겨넣은 오브제들이 불러오는 추억들에 공명하며, 일상의 저-편으로 밀어뒀던 사람과 관계와 기억 들에 대한 진진한 마음이 간만에 되살아났다. 그때.거기.우리.여서 가능했던 관계와 추억들, 내게도 있고 실은 누구에게나 있었던 지나버린 날들. 유행가에 담긴 진실이 짠한 이유가 '내 얘기'이기 때문이듯~ 젊은 날에 젊음을 알고 사랑할 때 사랑이 보이면.. 그게 이상한 거겠고. 허나 새삼 깨닫고 나니 지금.여기.를 아련하게 추억할 훗날의 언제가까지 떠오르면서, 이제는 유쾌하고 즐겁게 잘 살고 싶다는 안 어울리는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 어떻게 보면 참으로 당연한 건데, 이날 이때껏 살면서도 실감을 꺼려했던 '사람 다 거기서 거기'라는, '유쾌해야 유쾌하다'는 깨달음을, 이제야 얻은 느낌. 일상이 된 낯가림과 관계에서의 한 발 비껴남이 실은, 두려움과 오만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고. 피상적으로 지향하는 평등의식은 닫아걸어버린 내 마음 때문에 생활과 주변에서부터 이미 불가능했던 게 아니었을까도 싶고. 하지만 이제라도 기꺼이 인정하게 되었으니, 많이 웃고 사람을 좋아했던 서른살 이전의 내 모습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희한한 자신감까지 엄습하는 중이다. 설마 내가 할 줄 몰랐던 폐인질의 결과는 다행히도 나쁘지 않다. 많이 웃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마음, 참 오랜만이다. 땡큐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