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어릴때 2022. 9. 20. 22:56



월요일 낮, 놀다가 문득 지난주말 군산의 무대에 올랐을 김목경님이 떠올랐다. 찾아보니 유튜브에 실시간 생중계 영상이 있었다. 엄청난 저화질이었지만 가고 싶었던 자로서 감읍하며 공연을 보다가, 예전 기억들을 떠올릴 만한 선곡이 아니었음에도 어쩐 일인지 갑자기 마음이 이십 년도 더 저편으로 훅 넘어갔다. 하여 떠오른 사람이 송봉주님, 갑작스러운 궁금증이 아연할 만큼 아무 상관없이 살아왔지만 막상 떠오르니 가물한 기억들과 당시의 애틋한 감정 같은 것들이 줄줄이 주마등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여 다시 유튜브, 검색 결과에 뜨는 영상들을 보다가 그가 btn라디오라는 데서 <송봉주의 음악풍경>이라는 주간 방송을 5년 넘게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몇 년 전 큰 병에 걸렸었고 즈음 불교에 귀의했으며 "바라밀"이라는 찬불가요를 만들고 부르기도 했다는 것도. 음... 그렇구나. 낯설기도 했지만 많이 아팠다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는 게 어쩐지 죄송하기도 하고, 이제는 건강하신지 꾸준히 활동하고 계시다는 게 고마워지기도 했다.

 

이런저런 영상들로 오랜만에 그의 노래와 이야기 들을 듣다가 <송봉주의 음악풍경> 중 2주 전쯤 김목경님의 lp가 놓여 있는 화면의 방송이 있어 2시간 동안 빠져들어 보았다. 좋아하는 두 음악인이 한 화면에 있는 걸 보면서 일방적으로 반가웠고, 그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는 게 괜히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 밤 9시에 진행된다는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 마침 오늘 9시는 부국제 예매권 쇼핑라이브가 있는 시각이었는데 충격적인 1분컷 매진을 경험하고 아무일 없었던 듯 방송에 마음을 보냈다.

 

울림앱이라는 걸 다운받아 초면의 인사도 올리고, 저 멀리 서울 어딘가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보이며 방송 중인 송봉주 아저씨를 보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그와 가까이 지냈던 잠시간은 참으로 오래 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웃는 눈과 웃는 얼굴이 좋았고 내가 아는 한에서 참으로 순수한 어른이었던 그의 모습이 흐른 시간에도 별로 다름없어 보여 좋았다. 내친 김에 그를 처음 알게 되었던 옛 노래 "독백", 싱그러움의 음성화 같은 목소리에 담긴 여러 노래들을 오랜만에 다시 들었다. 

 

추석연휴 이후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고 온 심신으로 무기력증을 느끼며 한심하게 늘어져 있던 터에 찾아온 주마등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크게 아프면서 불교를 만나고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다는 송봉주 아저씨에 대해 생각하다가 여전히 순수하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가 아니었을까 싶어졌고, 문득 하염없이 늘어져 살아가는 내 모습이 환기가 되었다. 출근하는 한 주일의 시작을 앞두고 주리 트는 마음을 다잡는 화요일 밤에, 앞으로는 송봉주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내맘대로 '재회'라고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