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일기2021. 1. 22. 22:40

 

종일 흐리고 이따금 비가 왔다. 맑은 날이면 능선처럼 겹쳐 보이던 멀리의 섬들은 해무인지에 가려 흐릿했고, 통영운하의 등대는 여느 때보다 빨강 초록 빛깔이 도드라지는 느낌이었다. 며칠 전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지레 걱정했던 만큼 비가 오지는 않아서, 각오했던 우중산책은 오늘도 면했다.

어제 조선단지로 이어지는 길에서 처음 제대로 꽃 피운 동백나무 몇 그루를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진한 붉은 빛이어서 사진을 찍으려니 맞은 편에 누군가 걸어오고 있어 괜히 쑥스러워 지나쳤는데, 오늘은 찍을 수 있었다. 한 송이만 찍었을 때 더 멋진 핏빛 동백, 오랜만에 본 것 같다. 2월에 동백꽃 보러 어디 섬에라도 가보면 좋겠다.

통영으로 이사하면서 한 달에 한 번 책 읽기 모임, 두 달에 한 번 섬 가기 모임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시는 다 써요", [하하하]의 통영을 곧이곧대로 믿은 건 아니지만 책 모임 하나쯤은 금세 알게 될 거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나... 물론 여전히 생각만 하는 중이고, 코로나19의 영향도 분명 있을 거라 알아보진 않았다. 없으면 내가 만드는 성격은 아니라서 그냥 혼자 읽고 혼자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러는 중에 동백꽃이 있어서 반짝 기뻤다. 한동안은 보장된 기쁨 : ) 

 

 

 

'산책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kuna Matata  (0) 2021.01.24
먹구름  (0) 2021.01.23
하늘 보기와 걷기  (0) 2021.01.21
무지개, 비슷한 것  (0) 2021.01.20
햇살  (0) 2021.01.19
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