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같은바람2022. 8. 13. 23:07



오랜만에 다른 이들의 글을 통해 서경식 선생의 글을 부분적이나마 다시 접했다. 이 책을 알게 되고 만나게 된 이유는 좋아하는 선생님이 필자로 참여했기 때문, 선생님 덕분에 책을 읽으며 어렸을 적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도저한 마음과 그가 한국에서 몸담았던 성공회대 시절 몇 권의 책을 탐독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떤 분기점을 맞은 그와 그의 글을 향한 수많은 헌사들 속에서, 한 사람의 고뇌와 사유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과 정신에 또 실천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 새삼 느꼈다.

 

그저 독자로서 그를 기억하는 작가부터 그의 글에서 얻은 영감으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한 작가, 다양한 예술 장르의 작업을 하며 그와 교류한 작가들, 그의 책들을 만들고 소통한 편집자, 강단에 선 그의 수업을 통해 삶의 다른 방향성을 확신하게 된 제자에 이르기까지 절반쯤 알고 절반쯤 몰랐던 공동 필자들의 글 속에 드러나는 서경식 선생의 모습은 감히 참 눈물겹고 대단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족사와 개인의 고통을 시대와 역사의 지평으로 확장하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나아갔던 사람, 치열하게 성찰하고 정진하며 퇴직을 맞은 우리 시대 진지한 학자의 존재를 다시 떠올리게 해준 고마운 책.

 

다양한 글 속에 드러나는 그의 겸허하고 외유내강적인 면모들도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개인적인 인연이 1도 없으니 나는 이 책을 만나게 해준 선생님의 글 마지막 문장 정도로 그를 기억하고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그가 낸 많은 책들을 좀 더 읽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역사적 시대에 대한 기억상실증에 걸린 세계에서 오롯이 소멸된 것들을 기억하는 이가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서경식 선생이 그런 이들 가운데 최전선에 선 사람이었던 것을, 우리는 두고두고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87쪽) 


서경식 외
2022.2.19.1판1쇄발행, 연립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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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