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지
계절
나어릴때
2022. 8. 21. 17:55
날씨앱의 온도는 그다지 낮지 않았는데 오전부터 가을처럼 선선한 공기가 느껴져 출근길 기분이 괜찮았다. 그 덕인지 벤의 컨디션도 여전히 좋아서 기뻤다. 출근해서는 음악도 없이 기계된 듯 열심히 일을 하였고, 조금 전 할당량의 작업을 마치고 파일을 발송했다. 아무리 적은 분량이라도 확신없이 뭔가를 쓰는 일은 쉽지 않아서, 만만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남은 작업이 생각보다 지난할 거란 예감을 하고 말았다.
어제는 심신의 상태가 매우 바닥이었는데 집에 가서 아랫입술에 수포가 생긴 걸 확인했고 얼마 후 아직 때가 아닌데 생리가 시작됐다. 어제 종일 허리와 허벅지가 유난히 아팠는데 그 때문인가 싶고, 마음이 불퉁했던 이유도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영향을 끼쳤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제 컨디션 절반 이상의 책임을 생리 때문이라고 해도 될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하니 한편 작은 안도감이 들면서도 인간이란 참으로 나약하구나 싶었다. 그냥 내가 나약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
8월 8-9일에는 G가 왔고 15-16일은 3박 4일 외유 중이었으니, 내일과 모레는 거의 3주만에 오롯이 혼자 집에서 쉬는 날인 셈이다. 지난주도 지지난주도 내가 좋아 함께하고 나돌아다닌 일정이니 이렇게 알뜰하게 혼자 온전히 쉬는 날 따지는 게 민망하지만, 다운된 심신의 객관적인 이유를 찾아낸 기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믿고 싶다. 며칠새 밤이면 이제 곧 가을일까 싶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어서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봄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