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빚진

꽃다지

나어릴때 2022. 6. 30. 21:32



유튜브 라이브가 방금 앵콜곡 "당부"로 끝났다. 작년 초에 꽃다지 유튜브 라이브로 변영주 감독과 정윤경 음악감독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이후 언젠가부터 정례화되었다고 알리는 문자를 받았지만 시간이 맞지 않거나 잊어버리거나 하며 넘어갔는데, 오늘은 마침 씻고 나와서 여유로운 시간에 문자를 다시 확인하게 되어 접속해봤다. 며칠 전 공지대로 오늘은 신도림 어느 공연장에서 정말 라이브 콘서트로 진행되는 중이었고, 초대손님으로 소개된 "전화카드 한 장"과 "서울에서 평양까지", "바위처럼"을 부른 예전 멤버 박상희 님은 등장하기 전이었다. 또래 운동권 출신들 대부분이 그렇듯 "전화카드 한 장"을 좋아했고 가사에 얽힌 기억도 있어서 궁금하기도 했지만, 내게 반가운 이들은 역시 꽃다지였다.

 

그가 만든 노래 "조성만"을 오래 마음에 담고 들어왔지만 꽃다지로 활동하는 줄은 몰랐던 시절이 있었고, 투쟁의 거리에서 노래하는 그를 '발견'하고 반색하며 귀를 기울이던 시절이 있었다. 운 좋게 차를 얻어탄 적도 뒤풀이 자리에서 함께한 적도 있었고 어느 밤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에서 연기를 날리던 기억도, 오랜만에 화면 속 그들을 보며 떠올랐다. 나는 정윤경 음악감독과 그의 노래들을 꽤 좋아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정혜윤님이 부르는 "당부"를 참 좋아했다. 한참 잊고 살다가 불쑥 마주친 그들을 보며 여전히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젊은 시절의 목소리는 익숙하지만 처음 뵙는 박상희 님의 노래도 좋았지만, 그렁한 눈으로 "당부"를 부르는 정혜윤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컥 눈물이 났다.

 

노래의 힘이기도 하고 그냥 노래를 빌어 내 기분에 취한 것이기도 하다. 2년 전 오늘 나는 7년간 일했던 단체를 그만뒀고, 오래 마음을 두었던 세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지쳤고 오랫동안 입고 있던 맞지 않는 옷을 벗어내고 가벼워지고 싶었다.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한때 진심으로 소중히 생각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듯한 느낌에 아쉬울 때는 있었다. 불화가 아니라 냉담, 온전히 마음의 문제인데 혼자 멀리 떠나왔기 때문에 그저 없는 셈치며 지내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내일은 작은 시작의 날, 거창한 결심이나 굳은 다짐 대신 당연한 수순처럼 자연스럽게 맞이하고픈 마음이었다. 쉽게 싫증과 지겨움을 느끼는 스스로를 모르지 않지만, 오래 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변함없는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본다. 담담하고 조용하게 내일부터 나의 자리를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만난 노래들이 오랫동안 닫혔던 마음에 작은 환기창을 내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