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캐쳐
평소의 늘어짐을 2박 3일에 만회해야 하는 미션이라도 받은 양 바쁘게, 부산에서 11월을 마무리했다. 12월이 시작되는 오늘은 내부적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 신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 날이자 다정한 이웃들과 슈톨렌 회동을 약속한 날, 그리고 9시부터 단수가 예고된 날이었다. 어제 9시 가까이 귀가해 잠시 늘어져 있다가 씻고 1시 넘어 잠을 청하면서 호기롭게 7시 33분, 44분 알람을 맞췄다. 1일병인지 알람이 울리자마자 잠에서 깼고, 단수가 되기 전에 나갈 준비를 마치는데 성공했다.
공간에 도착해 슈톨렌 회동의 대략적인 시간을 알기 위해 사촌에게 택배사를 물었는데, 좀처럼 그런 일 없는 아이가 변경된 날짜를 혼동해서 다음 주로 알고 있었다. 하여 슈톨렌 회동은 내일로 미뤄졌다. 살짝 김새는 느낌은 들었지만 어쩔 수 없으므로 12월의 첫날을 차분히 혼자 시작하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하고 있었는데 한 청년이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와 얼마나 반복했는지 아님 빡세게 외워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멘트를 저돌적으로 날리며 드림캐쳐를 들이밀었다.
조악한 만듦새도 그렇고 돌격대 같은 태도와 말투도 부담스럽고 대전에서 공부하는 학생인데 대학교 등록금 이랬다가 친구들이랑 만들어서 용돈 이랬다가 하는 대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지간해서는 물러설 기세가 아니고 가격도 만 원밖에 안 해서 속는 셈치고 사고 말았다. 제로웨이스트샵을 할 자로서 예쁜 쓰레기는 이제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차에 예쁘지도 않은 쓰레기를 사버렸군 싶고 너무 흔한 드림캐쳐가 정말 나쁜 기운을 몰아내줄 거라고 믿지도 않지만 생겨버렸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오지브와 족(Ojibwe people)의 전통 장식물이다. 버드나무로 만든 고리에 끈을 그물처럼 엮고 깃털 등으로 꾸며 만든다. 그물은 거미집처럼 독특하고 복잡한 패턴으로 만들어 엮는다. 깃털 이외에도 구슬이나 신성한 물건으로 장식할 수 있다. 일종의 주술품으로 잠자리에 장식하면 악몽을 잡아(Catch) 좋은 꿈을 꾸도록 한다고 알려졌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위키백과 왈 이렇다고 한다. 공간에서 잠잘 일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나름 네 일을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