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와 막심]
일곱 번째, 내일 ㅁㅅ과 또 보기로 했으니 토요일부터 치면 5일 동안 네 번을 보는 셈이다. 하도 여러 번을 보니 처음 부산에서 그리고 좀 지나서 지난 6월 두번째 봤을 때만큼의 감흥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두번째 관람 후 정성일 평론가의 토크에서 내가 오독했던 감정들을 환기당하고(?) 괜히 웃기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했던 마음이 사라지는 대신, 마티아스와 막심의 감정에 대한 다른 읽기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영화에서 키스씬이 있다는 걸 알고 난 후의 화장실씬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한 사람은 소변을 보고 한 사람은 양치질을 하는 것이, 키스씬 이전 두 사람에게는 친구 이상의 감정이 전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지만... 양치질을 할 때의 막스의 힐긋거림, 소변을 보고 나가며 욕실에 막스가 있는데도 불을 꺼버리는 맷의 행동 같은 것들은 별로 일상적이지 않다. 물론 친구 이상의 감정이 없다고 해도, 친구끼리 키스하는 건 어색하고 난망한 일일 수 있겠지만. 막스는 기억/발설하고 맷은 망각/모른 척하는 9학년 때의 키스가 그들에게는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각별한 감정의 한 정점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루이즈씨의 추천장이 3주 전에 도착했고 키스와 동요는 그 이후이니 ‘사랑’이 아니라 흔들리는 우정이고, 맷의 키스와 애무 역시 단지 자신들의 감정을 확인하는 거였다는 설명 역시 나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데... 어쩌면 맷은 키스씬과 무관하게 그 이전부터 막스에 대한 친구 이상의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혹시 추천장이 없다면 막스가 멀리 떠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그런 마음이 뭔지 자신도 헷갈리고 혼돈스러운 상태에서 에리카의 영화에 휘말리고 키스를 하고 자신도 모르게 막스를 의식하는 마음을 부정하고 회피하고 싶었던 거였는지도.
그래서 혼자 찾은 식당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비슷한 이를 막스로 착각하고, 상사의 사무실에 있다가 없어진 식물의 ‘빈 자리’를 눈여겨보고,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아마도) 동성커플과 사라와 닮은 뒷모습의 여성을 주목하며 자신의 마음에 질문을 던지고 했던 것은 아닐까. 파티에 늦자 막스의 기다림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부러 더 심드렁하게 굴고, 막스 환송파티에 억지로(?) 함께하게 만드는 사라 모르게 막스를 보며 웃음을 짓고 그러면서도 거리를 두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러니까 정리되지 않고 아직은 용납되지 않는 감정 앞에서 스스로를 속이면서 말이다.
막스에 대한 맷의 마음이 그저 우정이었다면, 창고에서의 키스와 애무가 그렇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갑자기 중단하며 그가 내뱉은 말이 “이건 우리가 아냐”는 아니었을 것 같다. 주로 프랭크와 리베트였지만 그들의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불알친구’, 에리카의 말마따나 서로 만져주고 레슬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사이에 말이다. 물론 그런 장난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분명 어떤 감정이 느껴졌기에 내뱉은 말일 것이고 어떤 당혹감과 불안감, 이물감으로 인해 행위는 중단된 게 아닐까. 그런 게 아니라면 “이해하고 싶어. 우리 얘기해야 해.”라는 막스의 대사는 맥락 없는 착각으로 날아가버리는 셈이다.
물론 맷과 막스는 주말을 함께 보내지 못했지만, 출국 전 날 맷은 아마도 사무실에 출근한 듯하고 마지막 날에는 그들이 사랑을 나눴던 바로 그 차림으로 막스의 집 앞에 선다. 물론 프랭크도 있지만. 에리카가 영화 <나는 누구인가 Limbes>를 설명하면서 “오빠들은 여자야, 남자일 수도 있고...” 하는 부분이 의외로 실제 영화와 닿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성애나 게이들의 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랑이라고 한 돌란의 말도 생각나면서.
집에 와서 보니 가방끈에 꽂은 ‘돌란유니버스’ 버튼이 사라졌고, 정리하다 보니 kuc의 시그니처 아날로그 티켓을 못 받았다는 게 깨달아졌다. 이것은 과유불급에 대한 경고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계속 생각을 갱신해나가는 거 생각보다 재미있다. 어지간히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인데, 이 어려운 걸 돌란이 해냈군!
8/4 ku시네마테크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