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와 막심]
마티아스는 자기나 리베트와 달리 늘 고생하고 일자리를 찾아 멀리까지 떠나려는 막스가 안쓰럽고 불안했을지 모른다. 둘은 여섯 친구들의 공고한 공동체 안에서도 특히 굳은 유대감이 있다. 리베트의 별장 파티에 갈 때도 둘이 함께, 다른 친구들이 수영할 때도 둘이 따로 얘기를 나누며 크리스마스에는 못 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누가 들을까 살짝 신경 쓰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맷은 막스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다. 비자니 추천서니 이야기하며 친구들과 함께 떠들다가도 “누가 얘 20만불 쏴줘라. 리베트 케임브릿지 룸메이트 되게”라고 내뱉는 말은 막스에 대한 각별함과 안타까움을 담은 맷의 마음의 표현이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얘기가 나왔고 막스도 묻기는 했을 것이고 사라까지 나서서 챙기는 추천서를 3주 전에 받아 놓고 전하지 않는 마음은... 물론 그게 없다고 떠나지 못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친구가 가까이에 함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추천서가 없다면 호주에서의 체류가 좀 더 짧아질 수도 있거나, 아무려나 막스의 떠남을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보내고 싶지 않은 맷의 ‘어린 우정’이 아닐까 싶다.
처음 러닝머신 위에서의 대화에 따르면 맷은 요즘은 사라와 사이가 좋다. 친구들과 가족들 사이에서도 공인된 관계. 아마도 파티에서 돌아온 다음 날, 막스가 엄마와 전쟁을 치를 때 맷은 (막스와의 키스 때문인지, 둘의 덤덤한 표정 때문인지) 좀은 과장되게 주말 동안 보고 싶었다며 사라와 키스하고 포옹한다. 하지만 파티에 쓸 술 준비를 묻는 사라와 잊었다는 맷, 자기가 사오겠다며 샤워하라는 사라의 대화는 뭔가 둘의 관계가 외부의 공인과 별개로 좀은 건조하고 덤덤하게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리베트네 파티에서 에리카의 영화를 본 뒤 맷과 사라의 반응 역시 그렇다. 사라는 자존심과 리더십이 강하고 활달하고 호탕한 성격으로 보이지만, 영화를 본 뒤 담배를 챙겨 부엌에 들어간 뒷모습이나 샤리프 파티에 맷을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의 대화나 클로즈업 같은 장면을 통해 사라가 느끼는 양가감정이 드러난다. 영화 혹은 키스에 예민해진 맷과 사라, 그러나 절대 먼저 말 꺼내지 않고 막스를 챙기고 맷을 질책(?)하는 사라와 혼란한 마음에 막스와 거리를 두려 하고 참다 못해 사라에게 “망할 에리카의 영화” 때문이라며 소리치는 맷.
어떤 관계는 어떤 관계의 그림자 아래에서만 겨우 지속될 수 있다. 메가박스코엑스 스크린A관의 A1 좌석, 영화를 약간 아래에서 올려 보는 느낌이었다.
8/11 메가박스 코엑스 스크린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