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걸음걸이
만신
나어릴때
2014. 3. 26. 04:05
한 몸에 한 마음으로 살기도 버거운데 킬날 위에서 만생을 살아내야하는 무당의 삶이라니. 고통 받고 비루한, 이름없이 죽어간 영혼들을 위무하는 낮고 아픈 제의로 생을 채우는 '사람'이라니. 분명, 모르는 채로 크게 빚지며 살아왔겠구나 싶다. 넘치는 놀거리 볼거리에 눈물과 공명이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세계를 지탱하는 영혼의 정치, 문명과 과학과 이성의 이름으로 대상화되고 박제화되고 마침내 사람과 또 삶과 완전히 분리될 위기에 처한 굿을 구하기 위해 만신은 카메라와 매스컴을 무구로 삼은 게 아닐까.
만신이 인천시장 면담까지 하며 성사시킨 서해안 풍어제의 배는 하늘색 선체에 HANJIN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조남호가 85크레인 해체 날짜를 무당에게 받았단 얘기가 떠오르고, 삶의 결정적 순간엔 여전히 긴요한 무속의 현재가 참 절묘하게 와닿더라.
마지막, 넘세의 쇠걸립이 끝나고 엔딩타이틀이 올라갈 때 팍 치고나와 울려퍼진 백현진의 목소리도 정말 압권이자 최고의 조화였다. 늘 무심히 궁금한 안부를 참 어울리는 조합으로 확인. 그가 '편사'했다는 노래의 제목은 무려 '파경'. 무가가 라임 같았고 마지막 넘세의 쇠걸립 장면의 컨텍스트는 그 자체로 굿이었다, 굳~
kt&g상상마당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