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걸음걸이

[무민 오리지널: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나어릴때 2021. 9. 24. 20:23



몇 년 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무민 전시회에 갔었다. 참 좋았던 기억이어서 전시회 소식을 듣고는 추석  연휴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침 영화 [토베 얀손]도 개봉을 한다기에 반갑고 기대가 됐다. 귀여운 캐릭터나 양감이 잔뜩 느껴지는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는데, 무민은 희한하게도 존재를 알게되면서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핀란드의 트롤이라는 출신 성분도 토베 얀손에 대해 주워들은 부분도 작용했는데, 일찌감치 사둔 [토베 얀손, 일과 사랑]은 최적화된 환경에서 읽겠다며 자꾸 미루다 이번에도 다 읽지 못한 채 전시회에 갔다. 대신 무민 가족 외에도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너무 모르면 아쉬울 것 같아서, 예습 삼아 무민 동화책 15권을 하루에 두 권씩 소리 내어 정독했다. 전시회는 무민 연작소설을 테마로 한 것이었고, 진즉 찾아 읽을 걸 싶어졌지만 꼼꼼하고 친절한 큐레이팅 덕분에 찬찬히 읽고 보며 즐기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전쟁으로 파괴된 암울한 현실 속에서 태어난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모험과 일상은 거대하고 무구한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낼 수 있는 만큼의 용기와 할 수 있는 만큼의 움직임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고 의미를 찾으며 만나는 다정하고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보여 준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살아가기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마음과 빛. 머지 않아 무민 연작소설 아홉 권을 읽고 무민과 좀 더 친해진 후에는 제주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9/19, 그라운드시소 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