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석을 기억하며]
방백의 음반 작업 현장을 촬영한 다큐가 시작이었다. 옛날 학전에서 열렸던 유앤미블루 공연, 그보다는 덜 옛날 정동극장에서 열렸던 백현진 님의 공연에서 그를 본 적이 있지만 그야말로 너무 옛날. 내게 남은 그의 마지막 모습은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인데, 친동생 방준원 님의 작업이라는 다큐 속 그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더 나중 같았다. 2015년이라는 자막도 그가 이제 고인이라는 것도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방준석 님을 기억하는 시간은 노래가 되지 못한 노래와 말이 되지 못한 말과 때로 복받치는 눈물과 헛헛한 웃음 같은 것들로 채워졌다. 밴드 백현진씨는 여러 곡을 연주하고 노래하고 노래하다 잇지 못하고 또 노래하고 연주하고는 했다. 영화 [경주]에서 함께 작업한 "사랑", 소식을 접한 밤 비가 내려서 생각이 난다며 "비처럼 음악처럼", 자신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을 때 불렀던 노래라며 부른 "행복의 나라" 그리고 또 몇몇 노래들. 마지막 곡에서 "비와 당신"의 도입부로 노래를 끝냈는데 마음이 덜컥했다. 백현진 님은 노래하다 못하다 하는 중에 방준석 님과의, 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주제넘게 아프기도 하고 편치 않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임희윤 기자의 진행으로 백현진 님, 방준원 님의 대담이 이어졌다. 유년기 가장 가까웠던, 청년기 이후 각별했던 두 사람으로부터 듣는 이야기들은 띄엄띄엄 음악만을 접해온 내게는 모두 새로운 것이었다. 두 사람의 회고를 통해 그려지는 인간 방준석은 넉넉하고 따뜻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나 보다 싶었다. 그리고 한편 나는 그냥 그의 음악을 들었던 수많은 이들 중 하나일 뿐인데, 그 슬픔의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을 두 사람이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 자체가 어쩐지 잔인한 일 같다는 생각에 송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애도와 추모에는 가까운 이들이 마음을 주체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 나는 고맙고 미안했다.
8/15, 18th Jimff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