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어릴때 2021. 1. 22. 00:26



조 가드너는 중학교 밴드부를 지도하는 비정규직 교사다. 연주에 무관심한 학생들이 대부분인 수업은 나른하고 와중에 열정을 다해 트롬본을 연주한 코니는 웃음거리가 된다. 교실을 찾아온 교장은 조가 각종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통보하고, 소식을 전해들은 어머니는 기쁨에 들뜨지만 조는 무덤덤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재즈바에서 무아지경을 경험한 뒤, 조는 재즈의 세계에 빠졌고 그의 꿈은 멋진 재즈연주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연주할 수 있는 운이 닿지 않았고 밴드부를 지도하는 직업 생활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 재즈연주자였던 아버지를 양복점 운영으로 서포트했던 어머니는 조가 불안정한 꿈보다 현실을 택하길 바란다.

 

자신이 가르쳤던 옛 제자로부터 꿈의 무대인 하프클럽, 아르테아 윌리엄스 쿼텟의 피아노연주자 자리가 비었다는 연락은 받은 조. 떨리는 마음으로 연주에 임하고 기존 멤버들과의 잼을 훌륭히 소화한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오래 감직해온 꿈을 이룰 기회에 날아갈 듯이 기쁜 조는 차들로 가득차복잡한 뉴욕의 거리를 가로지르듯 뛰어가다가 맨홀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 허공 위의 레일에서 너무나 커다란 빛덩어리를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조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거대한 우주, 죽음 같은 광홀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역주행하며 그는 ‘머나먼 그곳’을 죽을 힘을 다해 벗어났지만 닿은 곳은 뉴욕이 아닌 또 다른 낯선 세상이다. 아직 세상에 나가기 전의 영혼들이 살아가는 곳, 몸이 없는 몽글몽글한 영혼들을 여럿의 제리들이 관리하고 돌본다.

 

실은 여기서부터 나는 약간 몰입을 상실하기 시작하였다. 제리와 테리, 인생의 멘토, 유 테스트... 잘 짜여진 세계관으로 재구성한 어떤 우주에 출몰하는 낯선 존재들에 낯가릴 수밖에 없는 빈약한 상상력을 어쩔 수 없었던 것. 중간에 두어 번 마주친 한국어와 한국말이 신기했고, 물론 내가 한국인이라 다른 언어와 문자가 잘 안 들어왔을 수도 있지만 한국이 디즈니의 큰 시장이기는 한가보다 싶어졌다.

 

애니메이션에 푹 빠지지 못하는 성향의 소유자로서 큰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따뜻한 상상력의 스토리텔링, 환상적인 네온과 투명 컬러들, 몽글몽글한 영혼들의 귀여움, 고퀄의 음악에는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부유하고 방황하며 비뚤어지는 매력적인 22번의 불꽃, 하늘 보기와 걷기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실은 나도 그래! 


1/21 롯데시네마통영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