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어릴때 2020. 1. 19. 16:42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속초 여행을 다녀왔다. 두껍지 않은 분량이라 원랜 속초행 버스 안에서 읽으려고 했으나 여행 떠나기 며칠 전 새벽 궁금해 무심히 펼쳤다가 80% 정도를 읽어버렸고, 여행 갈 때도 챙겨갔지만 나머지는 이제야 읽었다.


세 권째 읽고나니 그냥저냥해졌지만, 2017년이었나 우연히 읽게 된 <당신에게 말을 걸다>가 나는 참 좋았더랬다. 두루뭉술하고 특징 없는 제목 같기도 했지만 읽고 나니 더없이 어울린다 싶었고, 그 책이 참 좋았던 이유는 자기연민이나 현실에 대한 포장 같은 것 없이 덤덤하고 건조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필자의 태도와 그에 걸맞는 문체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해서 나는 참 동아서점에 가보고 싶었고, 마침 속초에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완벽한 날들’도 있었고, 얼마 후 <온다씨의 강원도>를 읽은 후에는 동아서점-완벽한날들-칠성조선소가 세트로 궁금해져버렸다. 해서, 인생의 모험(?)에 돌입하게 될 2020년이 시작되는 1월 1일 속초에 가기로 했고. 흡연자인 관계로 오래 궁금했던 완벽한 날들이 아닌 베란다가 있는 숙소를 찾아 덜컥 예약했다.


그리고 이 작은 책을 길잡이 삼아, 2박 3일 동안 열심히 속초를 돌아다녔다. 절반쯤은 속초시의 가이드맵이나 여행안내책자와 겹치고 나머지의 절반쯤은 또 어딘가에서 우연히 존재를 알게 된 곳들이었지만, 동명동성당과 조양동선사유적지 그리고 수복탑은 이 책이 아니었다면 가보거나 지나면서도 유심히 살펴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벗겨지지 않는 빨간구두라도 신은 것처럼... 무엇보다 걷는 여행이었고, 적잖은 고소공포를 느끼며 설악대교와 금강대교를 건너고 다리에서 내려다봤던 갯배를 타보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커다란 영랑호를 거의 한 바퀴 돌면서 아직도 선연한 산불의 흔적들을 보았고, 그제서야 속초 곳곳에서 눈에 띄었던 '산불조심' 현수막이니 깃발들이 떠올라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버스에서 확인하니 55킬로미터를 걸었더라. 2박 3일 여행자로서 속초는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호수와 바다, 저 멀리 도시를 감싸고 있는 설악산까지 자연 조건만으론 비할 데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난립한 고층호텔들에 찢어진 풍광이 아쉬웠다. 실제 시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시민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한 속초’라는 지자체 슬로건만은 이제껏 본 중 제일이었다.

 

역시, 나는, 통영.

동명동성당
영금정
책 읽는 밤, 별이 되는 나날 - 동아서점
책에는 없었지만 좋았던, 바다향기로
조양동 선사유적지
정말 그렇기를..
대한민국도슨트01 [속초],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