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게인 The Swell Season, 2011
once again, 이라는 것 외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보길 잘 했다. 감상을 도우려는 거였던지, 시간을 맞추느라 오랜만에 간 멀티플랙스에는 전단지도 없더구만.
예전에 <원스>를 봤을 때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단연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falling slowly" 같은 노래와 화음이었고(글렌 한사드의 절규는 난 그저 그랬..), 그 다음 내 눈에 확 들어온 건 팔아야 할 꽃이나 수리가 필요한 고장난 청소기를 끌고 거리를 배회하던 그녀가 마침내 돌아간 집이었다. 아일랜드 어느 뒷골목의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곳, 어둑한 거리와 건물 내부 그리고 하나의 브라운관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며 자신들의 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빈한하지만 어딘가 정이 가는 풍경. 이젠 스토리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의 지난 사랑과 결핍 따위가 몽환적인 영상으로 출렁거렸던 듯 하고, 종반부에 그로부터 선물 받은 피아노와 교차하던 그녀의 환한 표정 정도가 떠오른다. 아, 초반부의 거리 공연과 기타케이스에 모인 동전을 훔쳐 달아나는 사내를 향한 그의 추격전도. 음.. 생각보다 여러 장면이군.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갈수록 강렬한 인상으로 자리 잡게 된 건, 기타를 메고 다정히 손을 잡은 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두 사람의 앞모습과 뒷모습이 담긴 포스터의 이미지였다.
그게 벌써 6년 전이었다니, 오스카 주제가상까지 탄 커플이라니, 이후의 그들에게는 적잖은 유명세와 변화와 성장과 부침이 당연히 따랐으리라. 카메라는 변방 뮤지션들의 저예산영화 <원스>의 글로벌 열풍, 그 한 가운데 있는 주인공들과 그 가족 그리고 이후 그들이 떠났다는 2년 간의 'the swell season' 투어의 무대와 이면을 번갈아 좇는다, 음악다큐의 위용을 뿜어내는 강력한 라이브 장면을 뺀다면 흡사 <우결>과 같은 구성으로.ㅠㅜ
<원스>를 참 좋아해 cd도 사고 전단으로 상자도 참 많이 만들었더랬는데, 그러고보니 둘레의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그들이 운명적인 음악적 동지이자 연인이었다거나, 이후 결별을 했다거나 뭐 그런 시시콜콜한. 덕분에 솔직히 중간쯤엔 근데 이거 굳이 왜 만든 거지? 하는 의구심 어린 감상도 없지 않았으나 그 러브라인과 반전(?)에 적잖이 감정이입을 해대며 마지막 자막까지 흔쾌하게 지켜보고 왔다.
다소 의아스러웠던 것은 해외음악계에 문외한인 입장에서, 글렌 한사드는 그의 가족사와 지겨울 정도로 오스카상을 입에 올리며 어깨에 힘을 주고 싶어하시는 귀여운 어머니로부터 그렇게나 분량을 뽑을 만큼의 유명인이신가?! 하는 것. 나름 바이오그라피라면 또 그러하니 한편 영화에서 그들의 소통과 감정선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대화의 소재가 어머니와의 그 에피소드였으니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암튼, 생경했다.
아무려나, 언제 들어도 참 좋은 "falling slowly"를 비롯한 예전 노래들과 살짝 전율이 일기까지 했던 "I have loved you wrong" 그리고 또 여러 노래들. 돌아와서 찾아보니 그들이 2009년에 낸 음반 쟈켓사진의 시선은 이미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더라.
사실 뭐 다 그런 거겠지. 예술가의 사랑이라고 음악인의 사랑이라고, 사람의 사랑인 바 뭐가 얼마나 다르겠나. 그렇게 만나고 기대고 자라고 그리고 헤어지고... 어차피 통속에서,라고 함부로 끄덕거리며. 좀은 쓸쓸하게 엔딩 크레딧과 함께 울리던 마르케타 이글로바의 노래까지.
그러면서 문득 어젠가 한 프로그램에서 본, 함평인가 어디서 동물원을 하며 살아가는 그 부부. 아주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어찌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교과서 예문에나 나올 법한 말, 이십년 삼십년 함께 살면서 서로의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난 이 사람의 늘어가는 주름 하나까지 사랑한다는. 어쩐지 뻥만은 아닌 것 같았던, 실은 부러운 말. 날이 추워 그런가, 사실 요즘 감정상태 심히 불균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