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어릴때 2022. 7. 21. 17:55

 

 

토요일이 아니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 목요일.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출근해서부터 내내, 여전히 그러하다. 지금은 29도까지 올라갔지만 출근해 날씨앱을 보니 27도, 가동 1시간이면 '냉방 27도'로 맞추어야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냉난방기를 트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 것 같아 선풍기만 돌렸다. 지금은 조금 답답하고 숨이 약간 막히는 기분이지만 조금 있으면 퇴근이니까. 기분이 은은하게 가라앉은 상태인 오늘, 마음이 잠시나마 환해진 순간은 출근길 벤과 만났을 때였다. 어제는 출퇴근할 때 모두 벤을 만났고, 다가와 친한 척을 하는 바람에 털이 무척 난처함에도 쓰다듬어주었다. 온전한 다른 존재를 기분전환용 삼는 것 같아 약간 미안하지만, 이따가도 만날 수 있을까?

 

누군가와 부대끼는 일은 혼자라면 생기지 않을 일들과 함께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어떤 감정을 유발시킨다. 아무와도 어울리지 않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살아가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진공 상태를 유지할 수도 없겠지만, 혼자일 수 없는 시공간에 주기적으로 놓이고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고 아뿔싸 유쾌하지 않은 에피소드까지 추가된다면... 마음이 대뜸 침울해져도, 그 마음이 상대에게 좀 드러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어쩔 수 없으니까(누군가 "귀레."라고 공감해줬으면 좋겠다. 쉬는 날 읽은 책 속의 요상한 구어체 대화들이 간헐적으로 뇌리에 떠올라 써먹어본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참하게 앉아 일을 하였다. 출근하자마자 신지훈의 "스물하나 열다섯"을 리핏1해놓고 어제보다 조금 짧게 예열용 딴짓을 하였고, 일하는 시간은 어제랑 비슷했다. 어제는 글을 쓰고 나니 기분이 푹 가라앉아서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 기계적으로 한두 장의 사진을 올리는 게 억지스럽게 느껴져서 말았는데, 오늘은 모르는 누군가 덕분에 짜내지 않고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찍으려고 나가 보니 사라졌다.). 누가 봐도 자기네 집이나 가게 뒷문인 것처럼 우리 뒷문간에 슬리퍼가 곱게 놓여져 있었고, 내일까지 그대로라면 "누구세요?" 라고 메모를 남길 요량이었는데. 오늘도 사진이 없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