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같은바람

이 세상 누구에게나 존재는 선물인가.

나어릴때 2011. 5. 10. 23:53


특별한 이유없이 삶의 무게가 너무 힘겹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세상 누구에게도 사는 일이 만만하지는 않겠지만, 주위를 돌아볼 마음도 내가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할 여유도 좀체로 생겨나지 않을 때 나는 불가항력의 고통 앞에 선 사람들에게서 이기어린 위로를 얻어보려고도 한다. 처음 책표지의 예쁘게 단장한 그녀들의 사진을 향하는 내 시선은 신기한 동물을 볼 때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았었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내게 샴쌍둥이라는 말은 생명의 실체라기보다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고통스런 운명에 대한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신체적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그녀들의 몸과 삶은 태생에 따른 고난의 연속이었다. 가족들에게 비밀에 붙여진 생존의 이유는 단지 실험의 대상이라는 것 뿐이었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그녀들의 생명줄은 인간의 존엄과는 무관한 실험의 종료라는 의미에서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뗄 수 없는 둘이었기에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던 고통은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도 쉽게 망각될 수 없는 각인으로 남겨져 그녀들의 뇌리에 박혀버렸다. 

기적과도 같이 그녀들은 살아내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 2001년 봄까지는 적어도 그랬고, 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일까.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몸의 두 마음, 두 머리로 그녀들이 살아낸 인생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단 한 순간도 견뎌낼 수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장기의 일부분을 공유하고 몸이 붙어 태어났다는 것을 빼면 그녀들의 모든 것은 가혹하리만치 정상적이다. 너무나 건강한 이성과 감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꿈꿔 볼 만한 모든 것을 하나씩 차례로 그것도 합의 하에 포기해가야만 했던 그녀들의 인생이 참으로 애틋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이 누구나의 소망이 될 수 있을까. 모든 탄생이 축복이고 모든 존재는 정말 선물일까. 이기고 살아낸 그녀들의 삶에는 감히, 축복을 기도해주고픈 마음이다.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2003-02-10 16:32,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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