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어릴때 2022. 7. 20. 17:55



집에 있는 이틀간 잘 쉬었고 월요병 증상을 느끼며 출근했다. 이번 주부터는 약간의 일을 해야 하는 터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월요일에는 비가 왔고 어제는 맑았지만 그리 덥지 않다고 느꼈는데, 오늘은 오전부터 덥기도 하였다. 내비 참고하여 운전하는 걸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꼴랑 1.5km지만 시도해보았는데,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평소와 다른 큰 길로 갔더니 케이블카파크랜드 못 미쳐서 도로를 다 막아놓고 무슨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차를 돌려 평소 다니던 길로 왔는데, 어쨌든 잠시나마 내비를 참고하였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오늘도 무구하기 그지없는 벤을 만나 웃을 수 있었던 건 기뻤다.

 

아무리 오랜만이어도 예전 버릇은 그대로여서 출근 후 한 시간 넘게 이것저것 찾아보고 놀면서 예열을 해야 했고, 네 시간 가까이 나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일을 하였다. 시작일 뿐이지만 역시 내가 만든 일이 아닐 경우 피해갈 수 없는 사소한 어긋남 같은 것들을 간만에 만났다. 다행히 살펴야 하는 내용이 그런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고 자처한 상황이니 당분간 다소 성실함을 장착하고 공간에 임할 생각이다. 며칠새 읽은 책을 정리하고도 싶지만, 내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일단 세 시간 무조건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할까 한다.

 

오늘부터 다음 주 수요일까지 세 사람이 교대로 집에 올 예정이다. 불가피하게 누군가와 함께인 상황은 각오했던 것보다 더 큰 무게와 압력으로 나를 짓누른다. 오롯이 혼자일 때도 곧 맞이할 혼자 아닌 시간을 버거워하게 될 줄 몰랐고, 두 달도 안 됐는데 약속이었다는 걸 자주 상기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그래도 금요일 자정쯤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반짝 다녀가겠다는 M의 연락은 많이 반가웠고 몇 년 전 부산에서 만난 후 처음인 다음 주 초의 H 역시 그렇다. 내가 누군가를 온마음으로 환대할 수 있을 때는 그의 다음 방문이 기약없는 상황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 참 배부른 고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