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의 첫 전작 에세이라고 뒤표지에 써있고 앞표지엔 ‘어느 싱어송라이터의 일년’이라는 문장이 부제처럼 달려 있다. ‘콜라보씨의 하루’라는 타이틀의 세 번째 음반을 한창 작업하고 발매한 2017년의 이야기라고 한다.
나는 김목인이 발매한 세 장의 음반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팬이라고 할 수는 없는 보통의 관심자다. 그가 활동을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내 생활은 노래들과 이전처럼 밀착되어 있지 않았고, 이후에는 인상적이거나 마음을 울리는 노랫말이나 소절에 꽂혀 전 음반을 들으며 뮤지션에 빠져들 만한 여유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목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어느 날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특이한 노랫말에 이끌려 그의 음반들을 사고 한두 번은 전곡을 플레이하면서도 뭔가 많은 고민들과 이야기들을 담아냈을 그 세계에 선뜻 발 들일 만큼의 열정을 보태지는 못했다.
읽지도 않은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먼저 떠오르는 게 당연한 제목이기도 한데 한편, 한 인간이 성인이 된 이후 적극적인 사회 활동에서 물러나기까지 또 다른 이름처럼 인격과 자아를 대표하던 ‘직업’이라는 것의 의미가 나날이 변화되고 있는 지금, 굳이 이런 제목을 패러디한 이유는 무얼까 싶어지기도 했다.
암튼, 이 책에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시기인 음악가들의 1월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음악가들의 직업 생활에 대한 (김목인 자신에 국한해) 전반적이고도 매우 구체적인 일의 과정들 그리고 김목인의 팬이라면 선물이라고 느낄 만큼 그의 작업의 뒷 이야기들과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잘 기록되어 있다. 재수록이지만, 난 꿈은 옷을 갈아입는다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직업 생활과 관련한 신변잡기의 측면도 있지만, 이름의 등장만으로도 반가운 동료 음악가들과의 에피소드들이나 자신의 일상과 작업의 유기성을 돌아보고 그 심연에 대해 성찰하고 되물으며 또 나름 답하는 저자의 글을 읽는 재미가 꽤 새롭다. 특히 음악가를 ‘작은 가게’에 비유해 설명한 부분은, 창작자의 삶과 바깥 세상을 연결해 자신의 일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고 상상하며, 그런 컨셉의 공연까지 무대에 올린 그의 독특한 면모를 느끼게 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책으로 김목인에 대해 잠시나마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갑자기 그의 노래를 찾아 몰아 듣거나 그 기억이 오래 갈 리는 없을 테다. 하지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그의 공연이나 신보 발매 소식을 듣게 된다면... 명민하고 예리하면서도 긍정적인 한 싱어송라이터의 직업 생활은 여전히 잘 이루어지고 있구나, 혼자 잠깐은 반가운 마음을 가지게 될 것 같다. 누구나 좀은 아등바등하거나 치열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담담하고 겸손하고 진솔하고 좀은 여유도 느껴지는 글처럼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김목인의 이야기도 이어지길 바란다.
김목인
2018.11.5초판1쇄, 주식회사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