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연수 마치고 운전 시작한 지 석 달, 중고차 산 지는 석 달 반 가까이 되어간다. 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입장이라 몇 군데 돌아보며 감동적으로 친절한 딜러분께 무사고 보증 차량을 구입했고, 캐롯보험인가에서 6개월 혹은 5,000km까지 무상보증을 해준다나 하는 안도의 안내를 받았었다. 연수하며 강사님께 혹시 이상한 점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드렸고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더운 여름을 지나며 내비가 계속 로딩 중이다가 에러 메시지가 뜨는 일이 잦았고 가끔은 에어컨을 틀었는데 온풍이 나왔고 한 번은 안전벨트를 했음에도 경고등에 이어 경고음이 반복되는 일도 있었다.
주로 내비나 전자적인 부분의 문제여서 날이 더워 그러나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내비 로딩과 에러 메시지는 기본에 시동을 껐는데도 후방카메라가 켜져 있는 경우가 잦아졌다. 캐롯보험 그게 필요하겠거니 생각했고 6개월의 절반밖에 안 지났지만 주행거리는 4,000km를 넘었으니 점검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며칠이 흘렀다. 9월이 가기 전에 해결하는 게 좋겠다 싶어 오늘은 출근하며 중고차 살 때 받은 서류 봉투를 들고 나왔고,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전화를 드려볼까 하고 '자동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안내서'라고 적힌 안내문을 열어보았는데... 보장기간이 '개별 자동차 인도일로부터 30일 또는 주행거리 2,000km 이내 중 먼저 도래한 시점까지'라고 또박또박 적혀 있다.
헛. 난 대체 무얼 듣고 보고 6개월 혹은 5,000km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걸까.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최근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달리 물어볼 데도 없어 전화를 드렸더니 매우 친절하게 내비 업데이트를 하라고 알려주셨다. 통화가 된 김에 궁금했던 내 차에 블루투스와 하이패스 단말기가 있는지도 여쭤보았는데, 뭐랄까... 엄마나 아빠한테 모바일 기반의 무언가에 대해 설명할 때 내가 느끼던 막막함이 수화기 건너편에서 아련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블루투스도 하이패스 단말기도 있다는 대답을 들었고 친절하신 딜러님께서는 해당 부품의 위치를 자세히 언급하며 설명해주려 하셨지만 나의 위치는 공간, 하여 죄송하지만 다음에 해보고 안 되면 차에 있을 때 한 번 더 전화를 드릴지도 모르겠다고 낮은 자세로 통화를 마쳤다.
나의 굳건한 오해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 중고차를 팔려면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성능에 대한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소비자 입장의 무구함이 작용한 착각이었을까? 실은 지금도 30일은 너무하네 싶은데, 이미 날짜도 주행거리도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으니 딜러님의 안내대로 카오디오 가게 같은 데에 가서 내비를 업데이트하는 걸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다행히 중고차 사러 갈 때 동행해준 10n년차 운전자 부산 지인이 열흘 후 통영에 올 예정이고, 블루투스와 하이패스 단말기를 확인하는 일도 그때로 미루는 게 좋겠다. 한치의 의심 없이 믿었던 바가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머쓱한데, 내맘대로 듣고 보는 게 일상의 태도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