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지

"포도시"

나어릴때 2022. 7. 16. 17:48



어젯밤 공유파트너가 왔고 함께 출근했다. 오늘도 사장님과 벤의 환대에 기분이 환해졌고, 공유파트너가 전에 들은 바 사장님은 벤을 잘 훈련시켜 "동물농장"에 나갈 야심을 갖고 계시다고 한다. "동물농장" 본 지 하도 오래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주차비 받는 정도로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 싶은데, 그래서 사장님은 거스름돈 전달까지 욕심을 내시는 모양이다.

 

메탈랙에 패브릭을 두른 파티션을 공유파트너가 처음 봤는데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이었고, 냉난방기 뒤편 가리개용으로 사둔 패브릭들도 좋아했다. 천장 패브릭을 어떻게 설치할지는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고, 나는 내친 김에 챙겨온 엽서들 중 통영 관련된 두 개를 벽에 붙였다. 예전에 '포에티크'에서 샀던 것 같은데, 하나는 좋아하는 강구안을 담은 것이기도 하고 통영에서 산 엽서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들이다.

 

어제 집에서 읽기 시작한 [작별인사]를 마저 읽었고 아껴뒀던 [털 난 물고기 모어]를 읽기 시작했다. 문체와 형식이 파격적이어서 다큐에서만큼이나 개성과 자유로움이 느껴졌고, 나보다 어린 분임에도 개인의 고유성과 지역적 차이가 주는 경험의 격차가 상당해서 신기하기도 하다. 다큐에서 내레이션으로 낭독된 부분들은 음성 지원이 되는 느낌이었고 모르던 남도 방언의 느낌도 신선했는데 몇 번 반복된 "포도시"가 궁금해 찾아보니 "겨우"라는 뜻이란다. 아프고 처연한 부분도 많지만 또라이 같고 패기 쩌는 부분도 많아서 킥킥대며 읽다가 인스타에서 그를 찾아 팔로워가 되었다.

 

모레 오기로 했던 부산지인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전화를 했다. 2월, 3월에서 미뤄졌던 일을 6월 말에 포도시 정리한 그는, 며칠 전 일 관련된 회의 때문에 서울에 다녀왔고 뒤풀이를 했었는데 직후부터 아파서 오늘 병원에 갔다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나 같으면 일 그만두고 서울 회의 따위 가지 않을 텐데, 역시 훌륭한 인간이다. 많이 아프지는 않다니 그나마 다행이고 통영행은 8월로 미뤄졌다. 덕분에(?) 월화 다시 온전한 쉼을 얻었고, 내일은 읽어야 할 다른 책이 있으니 쉬면서 [털 난 물고기 모어]를 즐기며 읽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