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지

피날레

나어릴때 2022. 7. 24. 17:55



어제 여행담 클럽은 의외로 즐거웠다. 주제가 음식이어서 기대가 없었던 것도 있지만, 이야기 손님이 풀어놓는 경험치와 박학다식이 흥미로웠고 1년에 두어 번은 통영에 오신다는 여행자분의 출현이 신선했고 익숙한 이웃들과 함께해 편안했다. 전날 M과 새벽까지 떠들고 낮에는 예기치 않은 조우에 놀라며 평소보다 에너지를 많이 쓴 탓인지, 조퇴하고 집에 가 저녁을 먹고 나니 꽤 노곤해졌는데 이야기 나누는 동안은 피곤함을 몰랐다. 이번에도 라이트를 켜고 야간운전을 했고, 귀가하자 몰려오는 피로에 깔끔히 씻고 애드빌pm의 힘으로 자정 전에 잠들 수 있었다.

 

내일과 모레는 쉬는 날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 내일 대구에서 지인이 올 예정이지만 오늘 하루는 홀가분하게 혼자일 수 있어 현관문을 나서는 마음이 가벼웠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11층에서 어제 K가 얘기했던 분이 내렸고, 이번에는 아는 척을 했다. 얼굴과 이름이 매칭되지 않을 정도이니 막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존재를 알게 됐고 딱 마주쳤는데 모른 척하기가 애매하기도 했고, 좁은 통영이라지만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살게 된 건 우연치고는 신기하니까. 먼저 말을 건넸고 이름을 묻길래 말했더니, 통영으로 이사했다니까 얘기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하셨다. 당장 아는 관계가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마주치면 인사 나누고 언젠가는 죽림에 있다는 식당에도 한 번 가봐야겠다. 어제부터 시작된 M의 요정질의 피날레였다.

 

오늘은 지난주부터 틈틈이 했던 일을 공유파트너와 점검했고 다음 작업과 일정을 정했다. 그러고 나니 오늘 당장 일을 하기는 싫어서 쉬엄쉬엄 책 읽은 기록 하나를 정리했다. 내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지인과 놀아야 하니 목금요일에 빠짝해야겠다. 출근길에 오늘 서울에 가는 공유파트너의 짐을 실어오느라 처음으로 공간 가까운 골목에 차를 댔다. 벤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천 원을 아낀 건 뿌듯하다. 공영주차장 사장님과 약속을 한 건 아니지만 약간 배신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역시나 천 원을 아낀 건 뿌듯하다. 뭔가 긴 일주일이었다. 다음 주도 지인이 왔다 가면 바로 공유파트너가 도착할 예정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7월을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휴가 전야의 메뉴는 떡볶이다. 잘라서 냉동실에 넣어둔 깻잎을 계속 까먹었는데 오늘은 잊지 말고 넣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