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걸음걸이

[피넛 버터 팔콘]

나어릴때 2021. 4. 20. 23:45

 


잭은 노인요양원에서 살아가는 다운증후군 청년, 돌봐줄 가족이 없어 노인들과 함께 살면서 사회복지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마음속엔 커다란 꿈이 있다. 왕년의 스타레슬러 '솔트 워터 레드넥'의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또 보며 레슬러가 되기를 꿈꾸는 잭은 때로 노인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을 시도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법, 남다른 힘으로 창문의 철창을 휘어 룸메이트 할아버지의 도움과 묵인으로 온몸에 오일을 바른 채 팬티 차림으로 통과한 잭은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다. 

타일러는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어부, 함께였던 형을 사고로 잃은 트라우마도 힘겨운데 동네 어부인 던컨 일당의 횡포에 형의 어업허가증은 무효가 됐고 남의 통발에 걸린 어획물을 훔치다 걸려 일하던 곳에서도 해고됐다. 서로 돕기보다는 경쟁하고 몰아부치는 거칠고 험한 마을에서, 타일러 역시 터프하게 살아왔다. 일자리를 잃은 막막함과 억울함에 던컨 일당의 협박까지 더해지자 타일러는 그들의 어망에 불을 지르고 자신의 배로 도주한다. 그리고 그 배에는 마침 팬티 바람으로 요양소를 탈주해 정처없이 바다에 닿은 잭이 숨어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의 어정쩡한 동행이 시작되고 탈주한 잭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사회복지사 엘리너까지 합류하면서 잔잔하고 따뜻한 성장의 로드무비가 펼쳐진다. 익숙한 구성과 성장서사를 위한 밍숭맹숭한 에피소드가 버무려지고, 잊을 만하던 출현하는 타일러 일당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마침내 잭의 꿈이었던 '솔트 워터 레드넥'과의 조우와 '피넛 버터 팔콘'의 현현까지 이어지는데... 시원한 풍광과 몇 곡의 노래들이 좋았지만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4/19 cgv서면 임권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