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티스토리는 이제 오류 복구가 되었나보다. 그제와 어제는 당분간 바뀐 쉬는 날, 어제는 얼마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두고 혼자서 긴장도 했다가 만용도 부렸다가 했던 사천공항까지의 운전에 도전했다. 추석 직후부터 아빠가 계획한 부모님의 남해행이 다음 주, 토요일 성주에서 있다는 시제에 맞춰 1박 2일로 남해에 갔다가 성주로 가시는 일정이다. 남해까지 버스 이동은 무리라고 생각하셨는지 사천공항에서 남해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하셨고, 다음 날 진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성주에 가신다고.
그 얘기를 들은 후 사천공항에서 남해와 진주까지라도 운전을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G가 왔을 때 사천공항 왕복 운전을 시도해볼까 했으나 시간이 애매해서 말았는데, 혼자 가보려니 자신은 없었지만 바람이 사라지지 않아서 계속 생각하다가 어제 사천공항과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다시 통영으로 오는 3시간 남짓의 운전을 하였다. 운전해서 통영을 벗어난 건 8월에 G와 함께 거제에 갔던 게 전부여서 내심 긴장을 많이 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힘들지 않아서 신기했다.
일요일 오후에는 부산에 다녀온 후 일주일 만에 시동을 걸었다가 배터리가 방전된 걸 확인했다. 보험사에 연락해 기사님이 오시고 금세 해결은 되었지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고 주행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셨다. 배터리 방전이 나름 자극이 되기도 했고, 일요일 밤 급작스럽게 상한 기분에 내내 불쾌감과 여러 생각에 시달리다가 두통에 안압에 체기까지 겹쳐 마음도 몸도 컨디션이 영 아닌 상태로 화요일까지 푹 꺼져 있다 보니 심신을 지배하는 나쁜 기운을 떨쳐버리고 싶기도 했다.
아무려나 여러 이유로 나름 결단하고 나선 길이었는데, 덕분에 운전하는 동안이나마 잊어버릴 수 있었다. 다녀와서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아직은 무리일 것 같다고 하셔서 잠정적으로 다음 주에 다시 사천공항에 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혼자 운전해서 통영을 벗어난 건 괜찮은 시도였던 것 같다. 남의 차처럼 별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마음이 동해 매뉴얼 보며 블루투스도 연결하고, 내비 업데이트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틀 쉬고 출근한 공간은 참으로 춥고, 잠시 뭔가에 골몰할 때를 빼고는 몇 달 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부터 별의별 좋지 않은 생각들이 계속 출몰해 쉽지 않은 하루였다. 공간에도 집에도 원치 않는 얼룩의 레이어가 겹쳐지고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책방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도 되는 걸까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상황이 늘 좋을 수는 없지만 역시 너무 경솔했던 걸까 싶은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