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노트

11월 1일

나어릴때 2013. 11. 1. 23:30


노동자에 빨대 꽂아 사회환원한다며 콜트콜텍이 2010년에 만든 콜텍문화재단. 화요일 밤에 그야말로 기타레전드들이 여섯이나 함께, 것도 김현식아저씨의 기일에 무료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꼭지가 팍 돌았다.

외로운사람들, 한밤중에, 그녀가처음울던날... 소시적 정말 많이 좋아했던 노래들을 만든 이정선을 미워하고 싶진 않아서 그동안 사실 별로 생각을 안 했었는데, 분신에 고공농성까지 안 해 본 것 없이 싸워온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직접 찾아가 읍소하고 만류했음에도 콜텍문화재단 이사를 맡고 몇 년째 박영호 똘마니를 자임하고 있다니 이제 더는 그의 노래를 듣지 못할 것 같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나 본의 아니게 고통을 배가하는 데에 연루됐을 때 미안함을 느끼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두 연결되어 살아가는 세상이고 도처에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 많으니 마음 두기 시작하면 자꾸만 괴로워지고 때로는 외면하게도 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사람의 길이 무언지 모를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사실 오늘의 공연 소식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출연진 다수가 내가 꽤나 좋아했던 뮤지션들이어서였다. 노래와 공연에 빠져살던 시절 적어도 한두 번씩은 공연을 보고 음반도 사서 들었던, 나름 감성 충만하던 시절의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이름들. 

지금도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김목경의 노래들, 내가 펑키한 연주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걸 깨우쳐 준 긱스의 한상원, 초창기 시인과촌장 그리고 조동익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정겨웠던 함춘호, 헤비메탈 문외한임에도 핏줄에의 호감 덕에 개나소의 일원으로 좋아했던 신대철. 그들이 굳이 악질자본의 들러리로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여전히, 결국 누구나 잇속 빤한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체념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탓인지 정말 혼란스럽고 머리가 아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신대철과 사랑과평화 최이철의 유감 표명이었는데, 몇 군데 기사도 나고 했으니 '기회가 되면' 이라는 전제에 연연하지 말고 약속을 꼭 지켜주면 좋겠고. 암튼, 뭐라도 하고 나니 그래도 가만히 앉아 답답해 할 때보단 나은데... 아, 정말 여러 가지로 심란하게 십일월이 시작됐다. 얼른 집에 가서 내마음에비친내모습 한 번 듣고 김현식아저씨 노래 줄줄이 들으며 마음 좀 달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