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이구나. 엄살은 엄청 심하지만 사실 꽤나 배부른 팔자임을, 어렸을 적부터 난 잘 알고 있었는데... 어렸을 적엔 그렇게도 반목하고 냉담하던 부모님과의 사이가 서른 이후로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심지어 가끔은 이래서 가족밖에 없다고 하는구나 싶을 때가 있다. 아빠야 여전히 데면함이 남아있지만 엄마는 아주 가끔 세상에 없을 날을 생각만 해도 하늘이 노래지고 사는 게 막막해지기도 한다. 늙어 철이 드는 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수록 내 삶의 관계들이 그만큼 공동화되고 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누구나의 마음에는 엄마의 자리, 아빠의 자리, 친구의 자리 그리고 또 누군가의 자리가 있을 것이나... 친구의 자리와 또 누군가의 자리는 살다 보니 숭숭 빠져나가 바람이 휑하니 불 때도 적지 않고, 그 마음 자리 한 켠에 언제나 변함없는 건 가족뿐이었다는 느낌. 음... 엥겔스가 들으면 서운하려나.
고작 하루에 붙여도 좋을 수식어인지 모르겠으나 월요일, 참으로 다사다난하였다. 금요일의 불쾌한 꿈을 현실에서 재연하고 만... 유치한 데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정말이지 이런 공간 이런 시간 이런 관계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갈 수도 있다는 것을. 하여, 세상에 그럴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경험하고 깨달아버렸다. 편협하게 돌아선 마음이 쉽게 풀릴 리야 만무하지만, 냉정하게 침묵하는 나 역시 누군가의 마음을 깔아뭉개도 되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참으로 어렵고 갑갑한 건, 마음의 문제는 마음의 주인인 나도 쉽게 어쩌지 못한다는 것. 일단은 가라앉히고 무마되었지만, 언제까지 배겨낼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그나마 아주 가까이는 아니지만 둘레에 있는 좋은 사람들 몇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백수 되면서 정리했던 몇 군데 자동이체를 다시 등록했다. 살짝 어이없다는 건 알지만 한 달에 정기적으로 나가는 후원금이라도 늘려놓으면... 그 부담으로라도 그 미안함으로라도 견디지 않겠나 싶은 마음, 참 별의별 배수진을 다 치고 자빠졌다. 참. 외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