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노트

6월 12일

나어릴때 2012. 6. 12. 01:05

 

아, 피곤한 하루였다. 어제 모처럼 마음 편하게 마신 막걸리 석 잔 정도... 의 후유증은 너무나 커서, 대한문에서 밤바람 맞으며 한참 수다를 떨 때는 술이 다 깬 줄 알았으나 집에 와서 씻고 새벽에 잠을 청하려니 온 팔다리에서 열이 나고 관절이 쑤셔왔다. 온 몸의 혈관을 누비는 잔술기운에 괴로워하고 또 그 술기운이 번진 마음으로 그리워하다 결국 나의 취침 시각은 대락 5시 30분 전후. 그나마 일요일의 캠페인으로 오후 출근이어서 겨우 일어나 d-37을 되새기며 사무실로. 

 

그리고 오후는 정말 지옥 같았다.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과 기존의 감정을 싹 거두는 것이 어떻게 늘 같은가. 물론 내가 용서를 모르는 편협한 인간이라는 건 인정하겠다만, 감각적으로 싫은 것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무런 의미도 부여되지 않는 관계에서까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일상, 너무 피곤하다. 견디고 버텨서 해결될 문제라면 애초에 관둘 생각을 안했지. 몇 달 동안 그 말도 안 되는 행태에 밤잠 못자고 고민하면서도 알량한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약속을 지켰고 딱 이만큼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어쩌라고.

 

와중에 자꾸만 늘어나는 연행자 소식에 마음이 무겁고, 특히나 이번에는 고작 한 번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도 나누고 했던 분이라서 더욱 속이 상한다. 편지야 개인적으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거고, 마음이 동하면 면회를 갈 수도 있으니 그저 그렇게 위로 삼을 뿐. 아, 빨리 7월 말이 됐으면 좋겠다. 어차피 속사정은 타인이 알 수 없는 법, 쓸데 없는 거 신경 안 쓰고 일단 7월까지 버티고 그 다음을 생각해야지. 내친 김에 자본론 강좌도 신청하기로 마음을 굳혔고, 올 여름에는 팔자에 없다고 생각했던 자본론 읽기에 열심을 좀 내어볼까 한다. 그러니... 8월이여,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