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노트
6월 6일
나어릴때
2012. 6. 6. 01:36
망종. 어제가 망종이었단다. 그런 절기가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육년 전 어느 봄날 영화를 보고 알게 된 이름, 영화에서는 희망을 심는 절기라 했던가. 공기조차 흐르지 않을 것만 같은 고요한 풍경 속에서 신산한 삶을 살아가는 조선족 여인을 보며 잔뜩 감정이입을 하던 때가 있었다. 이후로 망종,이라 하면 그저 영화의 황망함이 처연하게 떠오른다. 그런 날들이다. 유월의 시작과 함께 단호히 선언을 하고 주말에 받은 장문의 편지, 월요일 아침의 일방적이고도 당황스러운 사과와 자기고백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흐르지 않는 마음. 와중에 잡힌 회의와 뒤풀이에서 마주한 몇몇의 반가운 얼굴들, 하지만 속내를 드러낼 수 없는 복잡함에 마음은 오히려 헛헛하기만 하다. 마땅히 마음 부릴 곳도 없고 좀은 껍데기 같은 생활에 차라리 가벼운 심정으로 건넨 인사에는 메아리도 없다. 살아갈수록 텅텅 비어만 가는 날들을 나는 어떤 표정으로 견뎌야 할까. 참으로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