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티보가의 사람들> 본권의 마지막 장 '에필로그'는 전쟁에서 부상 당해 죽어가는 앙투안느의 비망록이다. 1918년 11월 1일에 그는 "11월, 나의 죽음의 달"이라는 말로 담담하게 기록을 이어간다. 유력한 가문의 장남으로 또 순응적이되 현실적인 모범생으로 많은 것을 누리며 도취된 삶을 살았던 그,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촉망받는 의사이자 정력적이고 야심만만한 청년이었던 앙투안느가 자신의 죽음을 직시하며 회상하는 글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인생 뭐 있나' 모드가 되고는 한다. 마침, 오랜만에 것도 무려 1박2일 동안이나 그를 보고 났더니만 더 궁금하고 보고 싶고. 일주일 전의 통화와 겹쳐져 이런저런 생각들. 그가 한 질문이나 말들을 반추하며 어떤 마음일까를 가늠하고 있는 스스로가 좀 한심하기도 하고 한편 그 정도면 나름 표현을 했는데 내가 무신경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하루라도 한 달이라도 젊을 때 감정에 솔직한 게 나을까 싶기도 하고 나아가 이 나이에 마음이 가는 싱글을 발견한 것만도 행운이 아닌가 하는 매우 실용적인ㅠ 생각까지. 그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처음부터 유난히 이성에 대한 관심과 홀몸 탈출을 강조하던 것도 혹시 뭔가 의중을 비추는 말은 아니었을까 싶고. 이런 생각을 누군가 눈에 들어올 때 자주 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냥 스쳐지나가 버리면 후회할 것만 같은, 다른 사람이랑 함께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속이 상하기도 하고. 아, 그런 와중에 앙투안느의 비망록은 자꾸만 '인생 뭐 있나' 나를 부추기는 것이다. 물론 그래봤자, 실제로 용기를 내어 고백씩이나 할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절반 이상은 내가 만드는 환상이란 걸 모르지 않음에도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으니 참... 인연이면 어떻게든 만나겠고 아니면 말겠지 하면서도 말이다. 아... 일단, 증폭이나 말자. 정말로, 인연이라면... 피하려고 해도 만나지겠지. 정말이지 마음은... 참 늙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