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노트
7월 28일
나어릴때
2013. 7. 28. 01:26
'인사성이 밝다. 정리정돈을 잘 한다. 주의가 산만하다.' 어렸을 적 통지표에 빠지지 않는 평가들은 주로 이런 거였다. 적당한 칭찬 몇 가지와 담임으로서 일 년 지켜보며 지적하고픈 사항을 적었을 테니 난 그런 어린이였던 모양인데... 나이를 먹으며 더 심해진 낯가림으로 인사성은 점점 선택적으로 발휘되고, 정리정돈은 긴긴 다짐과 예열 과정을 거쳐 봉기하듯 해치워야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나마 주의 산만 하나가 꾸준한 덕분에 낮부터 이 꼬라지인 책상 앞에 앉았다 일어났다, 치우자 치우자 하다가 딴 생각하고 딴 짓거리하며 하루가 다 가버렸네. 나름 마무리 할 일도 있고 갈등 중이었지만 계획도 있었는데, 얘네들 먼저 정리 안 하면 암 것도 손을 못 댈 판이고. 근데 자꾸 늘어지기만 하니 마음만 더 답답. 뭔가를 쌓아두지 않는 가벼운 어르신으로 늙고 싶은데. 아직은 그저 바람인 게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