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렇게 반가운 마음으로 9월을 맞은 건 처음인 것 같다. 8월과 여름은 죄가 없지만... 더위와 불편함과 이런저런 고민으로 가득했던 8월, 2022년의 여름이 아무런 여운을 남기지 않고 쿨하게 떠나갔으면 싶다. 작년 이맘 때의 날씨를 기억할 수 없지만 부모님과 작은 이모, 삼촌과 숙모가 오셨던 10월 초 집에서 에어컨 틀었던 걸 생각하면 놀라울 만큼 올해의 더위는 일찍 물러간 것도 같다. 오늘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덕인지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었다가 추워서 껐고, 조금 전에는 슬리퍼 신은 맨발이 추워서 털실내화를 조만간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더위가 끝인지 여름 같은 가을이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서늘하게 남은 올해를 보낼 수 있음 좋겠다.
어제 저녁 M이 텔레그램으로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다며 "통영의 달밤"이라는 노래의 링크를 보내주었다. 손태진이라는 성악가의 노래였고, 만든 이의 이름은 이규호였는데 내가 알던 그 이규호는 아니겠지? 노래에서 큰 임팩트를 느끼지는 못했고, 예전 "통영에 가자"라는 노래를 우연히 알게 되어 검색하다가 관광산업이 중요한 소도시의 뮤지션 혹은 지자체들이 "여수 밤바다"에 영감을 받아 혹은 그 엄청난 파급력을 꿈꾸며 도시명을 넣은 노래를 양산하는 어떤 흐름을 확인한 적이 있는데... 그런 류는 아닌 것 같아서 좀 궁금해졌다. 강아솔의 "충무에서"나 통영해상관광택시에서 들었던 어쿠스틱로망의 "통영 이야기"도 처음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여러 번 들으면서 좋아졌는데, "통영의 달밤"도 그럴까? 존재를 전혀 모르던 노래지만 통영을 적시한 제목이 신기하기는 하다. 노래가 만들어진 사연도 알게 되면 좋을 텐데.
오늘은 계획한 만큼의 작업량을 완수하지 못했는데, 물론 적당히 딴짓을 한 덕이기도 하고 지난주 약간의 기준 변화가 생긴 탓도 있다. 원래는 이번 주 평일에 기존 문서나 온라인에서 애매한 부분을 확인하러 외근을 할 예정이었는데 계속 비 예보가 있어 다음 주로 미뤘고, 마무리 시점도 원래 생각했던 이번 주말에서 추석 이후로 미뤘다. 완전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지만 나 혼자 손 턴다고 끝나는 일은 아니어서 그렇게 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된 건 다행이다. 아무려나 일요일까지 전체 초벌 작업은 완료하기로 했으니 딴짓은 적당히 해야겠다.
일요일 오후가 책 모임인데, 텔방을 보니 분위기가 애매하다. 제때 책 구해서 읽고 있고 예정된 모임 날짜를 지키는 데에 문제 없는 내가 괜히 눈치 보이는 느낌인데 그럭저럭 만 2년을 넘긴 책 모임의 운명이 이렇게 쇠해가는 걸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만 자발적으로 하기로 해놓고 이렇게나 뒷전일 수 있다는 게 좀 의아하기는 하다,만 사람은 다 다르니까, 라고 이해해보려 한다. 출근하며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오전에 내린 비 때문에 벤이 없어서 아쉬웠다. 내일도 비 예보가 있던데, 그래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