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노트

9월 19일

나어릴때 2012. 9. 19. 01:30

 

 

어쨌든, 결정이 됐다. 내심 추석 지나고 시월부터였으면 했지만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 중간에 괜히 전화해서 심란하게 하던 면접자의 얘기는 재론이 없었다. 어쨌거나 도보 3분 거리가 결정적인 유인요소가 되지는 않는 걸 보면서, 한 시간 넘는 출퇴근 왕복시간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혼자 생각하기로 했다. 실은 2년 동안 살았던 서대문의 입지 때문이기도 하지. 이렇게 해서 다시, 퇴근 후에 시네마테크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도심 투쟁사업장의 농성장으로 가는 일상이 가능해진다. 영등포 구석에 살며 바로 고 옆에서 일을 하다보면, 물론 종일 사무실에서 지친 시간 때문이겠지만 발걸음을 떼는 것과 동시에 5분이면 도착할 집구석 생각이 간절해지곤 했었다. 일하게 될 단체에 이렇게까지 사전 정보 없이 가는 건 단체에 처음 발을 들인 십 년 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뭐가 어떻든 내게는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라고 해도 별로 과장이 아니었던 지난 번보다 나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리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도 별로, 그냥 부딪쳐 봐야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자동연상 지병이 돋는 소식을 들었다. 연상을 중지하려고 노력 중. 되도 않는 잔대가리 굴리지 않으려 노력 중. 허나 인연의 서곡이었으면 하는 마음마저 감출 수는 없으므로... 일단은 응원하며, 편안해지기를 바람 중. 마침 체감상으론 꽤나 오랜만에 연두색 불이 두 번이나 들어왔던 두근두근 반가운 새벽이었다. 힘내시오,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