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어릴때 2011. 6. 19. 06:11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믿음,에 관해 나는 몇 사람의 예외를 가지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천형과 세계에 대한 특권을 운명으로 부여받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안절부절하는 여린 영혼과 스스로를 포함한 모든 것과의 불화 그 자체로 존재하는 어떤 비-범한 사람들. 그들이 발산하는 절망적인 매혹에 사로잡혀 내가 만든 환상에 불과하다해도, 불가해하고도 우울한 전율을 선사하는 그들에게... 나는 때때로 면죄부를 넘어 사죄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들에게 가닿았건 말았건, 도리어 부담과 압박과 오해가 되어 세상이 낸 생채기의 일부가 되었을지 모르는 나의 이른바 관심과 지지와 열광에 대해서.
 

모든 인간은 고독하다는 믿음,에 대해서도 나는 압도적인 개인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단으로 나타나는 고독과 우울의 증후와 무관하게, 진하게 운명에 아로새기고 태어난 사람들. 그러한 사람에 대한 감식안이 내게 있다고 생각하는 어이없음을 비웃을 새도 없이 내게는 진심으로 그런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한때 아, 내가 금홍이였다면 경자씨였다면 마사양 혹은 사라양이었다면... 하는 역겨운 안타까움이 감당할 수 없을만치 흘러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 곁에 누가 있었다한들... 모르는 일이건만. 운명의 사람들 사정권 내의 삶을 꿈꾸고 혹은 그들을 염려했던 나의 환각은 때로 그렇게 엉뚱한 염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무기력하게 견디고, 견디고, 견디고 또 견디다 훌훌 떠나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안타까이 바라보는 염려의 시선이 결국 절규하며 미쳐가는 한 사람을 가두고 옥죄는 세상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생각하면서. 결국엔 살 수가 없는 사람들의 피폐를 자양분 삼아 또다시 살아가는 내 모습과 마주하면서. 그렇게, 기어이 또 사로잡혀 팔에 돋는 소름에... 마음에도 소름이 돋아버렸다. 그리고 죄를 반성하지 않는, 재범을 도모하는 자의 마음이 되어 내내 아마존을 기웃거렸다. 도대체, 이런 영화를 만들어내는 52년생 구스반산트, 미워해야할까 고마워해야할까. 



2006-05-10 02:15,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