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지2022. 9. 17. 17:55



어제부터 공간에서의 하루 6시간이 온전하게 주어지고 있다. 어제의 절반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시간표 살펴보느라 지나갔고, 오늘도 마찬가지. 딱히 생산적이거나 효율적인 인간이 아니므로 무얼하며 시간을 보내든 큰 문제는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읽기와 쓰기에 할애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건 자주 실감한다. 맡겨졌던 작업이 끝났으니 미뤄둔 읽기와 쓰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마침 상영시간표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이틀간의 즐거운 핑계가 되었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내심의 부담이 머리를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넘어서고 싶은데, 나이를 먹으며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에 더불어 그저 편하고 싶은 마음이 압도하는 것이라는 게 난감하다. 읽고 쓰는 건 어느 정도 몸에 배인 습관이었는데 노안의 불편과 휴대폰에의 잠식이 오랜 습관을 깔끔하게 날려버린 걸 생각하면 약간 무섭기도 하다. 다음 주말까지 읽어야 할 두 권의 다소 두꺼운 책이 있어서 하나는 침대맡에서 조금씩, 하나는 공간에서 천천히 읽기로 마음먹었다. 내일까지는 공간에서 미뤘던 글을 마무리하고 월요일부터 속도를 붙여볼 생각인데, 정신을 차리자는 의미로 부끄럽지만 적어둔다. 태풍이 또 온다고 하고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 밖은 벌써 어둑하다. 오늘 군산에서 김목경 님 공연 있다는데 거기 날씨는 괜찮을까, 가지 못한 아쉬움을 오지랖으로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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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