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헛걸음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집에서 나왔다. 행정복지센터에 들러 주민세를 납부하고, 미리 알아둔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어제오늘 오간 길에는 30 혹은 40의 속도 제한이 많았고 나름 맞추느라고 애썼는데도 뒤에 차가 바짝 붙으면 너무 느려서 그런가 싶은 자격지심이 들었다. 그 영향인지 계기판을 확인하며 약간 넘었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는데, 공간과 집만 오갈 때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혹시라도 카메라에 찍혀 고지서가 날아온다면 큰 공부로 삼아야겠다고 미리 생각했고, 다음부터는 뒤에서 붙든 말든 제한 속도에만 신경써야겠다. 그래도 고지서는 날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공간에 와서는 적당히 집중하며 일을 하였다. 그제 나름 구체적인 작업 계획을 세운 게 잘한 일 같고, 그에 따르면 오늘 해야 할 만큼의 일을 완료했다. 이렇게 추석 전까지 작업하면 별 무리없이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추석이 지난 후에는 그야말로 책방 준비를 시작해야 할 텐데... 운전만큼이나 여전히 초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닥치면 하겠거니 만용을 부려본다. 변수를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하지 않아도 생겨나는 변수를 어떻게 감당하는 게 좋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변수로 인한 좋은 점에 마음을 더 두면 되는 것일까? 달리 방법이 없으니 일단은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이 역시 나름의 훈련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가을 같은 날씨지만 오후에는 볕이 쨍했는데, 그래서인지 선선한 며칠 동안 뵐 수 없었던 어르신들이 공간 맞은 편 길 건너 벤치에 많이 계셨다. 계시는 건 상관없는데 그만 좀 빤히 쳐다보셨으면 좋겠다고, 오랜만에 생각했다. 출근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고 대략의 정체는 이제 아실 텐데, 간만이라 또 새로우신 걸까? 혹시 언제 인사하러 오나 기다리시는 걸까? 설마 아니겠지.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게 상책인 것도 같다. 누구든,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