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지2022. 7. 8. 17:56



어제 마치고 공유파트너의 지도편달 덕분에 운전해서 롯데마트에 다녀오는 데에 성공했다. 도로에 차가 웬만큼 있는 것도 신호에 걸리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하는 빠른 길 대신 시내를 통과하는 코스를 택했는데도 쉽지는 않았다. 며칠 못 본 이쁜이는 오늘 출근길에 보았는데 이름은 벤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벤이라고 불러줘야지.

 

오늘은 집에 있던 아이비와 테이블야자 화분을 공간으로 옮겼다. 지난해 봄에 키우기를 시도했던 여러 식물들 중 고맙게도 살아남아준, 게다가 일년 남짓 동안 작은 모종 하나에서 두어 개의 화분으로 증식한 훌륭한 아이들이다. 특히 아이비는 뿌리와 가까운 줄기 부분이 제법 목질화되어 어엿한 느낌이 드는 데다가 한 줄기는 엄청 길게 자라서, 볼 때마다 꽉 막힌 거실의 답답함을 해소해주었던 예쁜 아이. 베란다 세탁기 위에도 꼬마 아이비가 있어서 길쭉한 아이를 공간으로 데려왔는데 제자리에 놓아주니 휑한 공간에 생기가 조금은 더해진 느낌이다. 테이블야자는 시든 잎들을 잘라내어 아직 작지만, 역시 모종 하나에서 여럿의 화분으로 성장한 아이들 중 하나다. 작년에는 난생처음 키울 생각으로 식물을 사고 어찌하다 식물글책 모임까지 하면서도 식물과 함께라는 것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는데, 별로 하는 것 없는 데도 잘 자라준 고마움 덕분인지 서먹함은 많이 가셨다. 낯설고 조심스럽게만 대했는데도 일 년 넘게 잘 자라준 아이들, 그 생명력으로 여기에서도 잘 살아주면 좋겠다.

 

서울에서 온 손님들과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파트너가 그들과 함께 나간 덕에 2시경부터는 혼자 있었다. 휑한 공간이라 소리가 울리고 내 자리와 다른 테이블 사이에 막힘이 없다 보니 한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홀로 남은 뒤에도 뭔가 집중이 안 되어서 어제 뒤늦게 알림을 보고 반색한 "비밀보장" 통영 에피소드를 들으려다가 그 전 회 건너뛴 걸 확인하고 들었다. 통영 이야기는 집에 가서 들어야지 생각했지만 그래도 뭔가 산만한 마음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아서 여자배구 홍천 서머매치 유튜브를 살짝 틀어놓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 공간은 내게 놀이터였다는 이야기.

 

애초 엿새 있다가 월요일에 올라간다고 했던 공유파트너가 일정 변동으로 내일 아침에 떠나는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 둘 다 경험치와 나이가 있는 터라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과 솔직한 심정의 발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그러하니 불가피하게 함께여야 할 때는 다정함을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부터 당분간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함께일 것 같은데, 낯선 곳에서의 우연한 인연치고는 공감대도 공통의 화제도 많은 편이니 감사히 여겨야겠다. 행운이 따라준다면 8월에 그와 함께 무려 순천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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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