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예보가 심각하다. 한달살기할 때랑 지난해 경험한 소소한(?) 태풍은 비교가 안 될 모양이고 마땅히 대비할 일은 없지만 조심은 해야할 것 같아 내일은 재택근무로 가닥을 잡았다. 하여 내일까지 작업을 마치고 발송할 파일을 생각하며, 재택근무라지만 늘어질 것이 분명하므로, 오늘은 간만에 기계처럼 일하리라 결심하고 마음을 집에 두고 출근했다. 추석연휴 지난 후에야 다시 보게 될 거라 궁금했는데 며칠만에 주차장에서 컨디션 하이인 벤을 만나 기뻤다.
출근해 오늘의 작업에 돌입하기 전 약간의 예열 중에 통게하 사장님이 진돗개 통이와 함께 공간에 오셔서 무려 추석 선물을 주셨다. 추석을 앞두고 다정한 이웃에게 작게나마 고마움을 전할까 생각은 했었는데 안 그래도 과중할 택배를 얹는 것 같고 아직은 부담스럽게 느낄 관계이기도 한 것 같아 말았는데... "구울 일이 있어서" 라며 시크하게 말씀하셨지만 고운 포장까지 해서 주시니 고맙고 약간 후회가 됐다. 하지만 다정함을 나눌 기회는 언제든 만들면 될 테니까.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통게하 사장님이 가시고 정확히 5시간 동안 열심히 일을 하였고, 내심 목표로 삼았던 내일 분량 전체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훌륭한 작업량을 달성하였다. 오늘의 수고 덕에 내일은 부담없이 집에 머물며, 반복된 패턴의 작업으로 놓쳤을 것들도 살핀 후 파일을 전송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오늘 공간에서는 오직 글렌 굴드의 연주만이 울려퍼졌고, 나름의 목표를 제법 달성한 기념으로 김목경 님의 노래를 한 곡 듣고 퇴근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