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일상은, 열 달쯤 해보니 외부 자극이 거의 없는 생활이다. 그래서인지 마냥 혼자인 평소와 달리 누구를 만나 수다를 떤다든가, 3시간쯤 집중해서 강의를 듣는다든가 하는 정도만으로도 꽤 피로하다고 느낀다. 본격적인 통영 생활이 시작된 1월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밖에 나가고 가급적 1만 보를 걸으려고 노력했었는데, 코 안이 헐어 딱지가 앉는 지경이면서도 희한하게 늘 9시 전에 눈이 떠지고 오후가 되면 의무감에라도 문밖을 나서는 날들이 이어졌었다. 의외라고, 스스로를 기특해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 나는 불안했고 어쩔 줄 몰라한 거였다는 생각도 드는데. 암튼, 불과 석 달 전인데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지금의 나는 쉽게 피로하고 잘 늘어진다. 사촌이 왔을 때 진심 반갑고 즐겁고 재밌었는데도 함께한 시간들 이상을 앓았고, 한 달 뒤 지인이 1박 2일 왔다간 뒤에도 아슬아슬했다. 얼마 전엔 통영산지인이 집안일로 내려와 저녁에 만났는데, 수다 떨고 같이 걷고 하는 몇 시간이 좋았지만 다음 날 어김없이 늦잠을 잤다. 기분탓인지 모르지만, 그냥 늘어져서 잔 늦잠이라기보다 기절한 듯 정신 못 차리고 일어나지 못하는 늦잠. 핑곈가? 며칠 후 지인이 온다. 하나는 수요일이나 목요일, 또 하나는 금요일. 그러니까 길게는 4박 5일간의 동거가 시작되는데, 통영이 가까운 길이 아니다 보니 즐거운 여행이 됐으면 싶고 그러다 보면 나는 또 무리해서 앓게 되는 건 아닐까 지레 걱정도 된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만큼 내면이 깊어지는 것도 아닌데, 가끔 이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싶다. 조금씩 관계의 근육을 회복하고 자극에 대한 적절한 반응력도 기르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