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점심 때 공방 부부가 아랫 동네 마트에 갔다가 세일하길래 샀다며 크림단팥빵을 갖고 놀러와 함께 먹었다. 전날 밤의 불쾌감에 잠식된 상태였지만 티를 낼 수는 없어 빵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다. 덕분에 함께하는 잠시나마 무거운 마음이 사라지고 모든 게 후회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어 공방 부부가 같이 먹자며 김밥을 사들고 놀러왔다. 근처 식당에서 샀다는데 엄마가 싸준 김밥처럼 밥도 속도 꽉차고 맛있었다. 계절도 날씨도 좋은 일요일이라 가게 밖으로 많은 이들이 지나다녔고, 김밥을 다 먹고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창밖에서 공간을 들여다보던 누군가와 함께 한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와 깜짝 모임이 마무리됐다.
어릴 때에도 경험한 적 없는 소아적인 무례와 무신경에 대해, 너그럽게 넘기지도 쿨하게 무시하지도 못하는 편협하고 예민한 스스로에 대해 원치 않아도 내내 생각이 미치는 한 주였다. 심신이 너무나 피곤하고 귀가한다고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하지만, 크림단팥빵과 김밥으로 이번 주를 기억해야지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IBK기업은행의 경기 결과는 이번 시즌의 액땜이 되길 바라기로 했다. 지금의 내 마음과 상황도 그런 것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새 마음으로 출근하고 쉬는 이틀 동안에는 정형외과에 가고 옷 정리도 해야겠다. 두 달 가까이 움직이거나 힘을 줄 때마다 왼쪽 팔의 불편감과 통증을 느끼며 병원 가는 걸 미뤘는데, 이거라도 해결되면 좀 나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