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지2022. 8. 6. 17:56



어제 퇴근길의 주인공은 주차장 사장님이 차 문에 곱게 매달아놓으신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상추였다. 저녁 식사로는 며칠 전 먹다 남겨둔 냉동피자를 해치워야 했기 때문에, 당부대로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기만 했지만 마음만은 상추처럼 파릇해졌다. 안 그래도 월요일에 오기로한 G가 좋아하는 브런치를 대령하기 위해 야채를 사려고 했었는데,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주일도 싱싱하다는 사장님 말씀을 믿고 상추 샐러드를 시도해봐야겠다. 받았으니 돌려주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출근길에 떠올라 사과 두 개를 챙겨서 드렸고, 부담없이 뭔가 주고받는 일이 꽤 정겹다고 느꼈다. 오늘의 벤은 자리를 옮겨 컨테이너 맞은 편 그늘에 있었는데 더위에 지친 건 여전해서 잠시 웃으며 인사 나누는 사이에도 짠했다.

 

공간에서는 마감을 감안해 적량의 일을 하고 내일 모임할 책을 읽었다. 어쩌다보니 내가 추천한 데버라 리비의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인데 기대했던 만큼 재미있었고 여러 생각을 불러왔다. 다 읽고 나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살림 비용]을 절반 넘게 읽었는데,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젊은 시절을 훌쩍 뛰어 넘어 50대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조금 아쉬웠지만 글은 역시 좋았다. 두 책은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 3부작 중 1, 2권이고 마지막 권이 2021년 출간 예정이라고 책 뒤편에 써 있는데, 검색해보니 아직 안 나온 것 같다. 나는 저자를 늦게 알게 된 편이지만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을 테니 올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책에서 데이빗 보위가 가끔 언급되는 덕에 공간에 있는 시간의 절반쯤 그의 노래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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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