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바위밭에 홀로 앉아
그윽히 피리를 불 때
어디선가 흰 나비 한 마리 날아와
피리 끝에 앉았던 기억
에헤라 내가 꽃인 줄 알았더냐
내가 네 님인 줄 알았더냐
너는 훨훨 하늘로 날아올라
다른 꽃을 찾아가거라
아 눈 멀고 귀 먼 내 영혼은
그저 길에 핀 한 송이 꽃
나비처럼 날아서 먼 하늘로
그저 흐느적 날고 싶지
내가 네 님인 줄 알았더냐
아 눈 멀고 귀 먼 내 영혼도
그저 나비처럼 날고 싶지
아 눈 멀고 귀 먼 내 영혼도
그저 흐느적 날고 싶지
작사,곡 김두수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63076173228758.jpg)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때로 아릿하게 현기증이 인다. 폭염으로 달궈진 아스팔트 열기에 스멀대는 아지랑이를 보는 듯 비현실적인 기분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세상 그 어떤 문제들도 노래 속에 녹아 사라져버리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저 느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누구도 건넬 수 없는 위로,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위로를 때로 이런 노래들이 잠시나마 날려줄 뿐. 하지만 이 마저도 없다면 살기가 정말 팍팍할 것이다.
'두수'라는 이름처럼 가볍고 아련하게 전설처럼 떠돌던 그를 처음 본 건 2003년 봄의 무등산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무등산 자락에 터를 잡은 증심사라는 절간 주차장에서 열린 '무등산 풍경소리' 공연. 당시 증심사 주지였던 일철스님과 남녘교회 임의진 목사님이 함께 열었던 작고 따뜻한 공연이었다.
정말이지 못 미치고 못 죽어서 미쳐 죽을 것 같은 날들 중에, 몇 밤을 임의진 목사님의 책과 김두수 아저씨와 이원재 아저씨의 노래로 근근이 버텨내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그들이 나타나 공연을 열어주었다. 아무리 인생이 바닥을 치고 있어도, 내 마음 둔 것들이 환하게 손을 내밀어주면 세상빛이 달리 보인다는 걸 그때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사람에게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혼자 짐작한다.
투병 중이던 일철스님은 그 해 여름 다른 세상으로 떠나셨고, 임의진 목사님은 이제 남녘교회를 지키지 않는다. 그 즈음 시작된 포크 청개구리 공연으로 한두 해 김두수 아저씨와 이원재 아저씨의 노래를 가까이 들었지만, 이제 그들도 다시 본래 있던 자리로 숨어버린 것 같다. 아지랑이처럼, 나비처럼, 하지만 고맙게도 그들은 내 마음에도 잠시 앉았다가 떠났다. 지난 일은 세월따라 퇴색되고 잊혀지지만 노래는 언제고 변하지 않은 채로 귓전에 다시 돌아온다. 흐르는 시간속에 무화된 추억을 불러들이는, 노래의 주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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