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같은바람2021. 3. 18. 15:28

 

‘빼빼로’ 만드는 회사를 16년 다니던 직장인이 퇴사하고 2019년 봄 김포에 낸 ‘카페 쑬딴’과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대기업은커녕 보통의 회사에도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어서 나에게 딱 맞는 책은 아니었지만 40대 중반에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돌아 새로운 삶을 시작한, 나도 언젠가 하며 꿈꾸는 책과 카페에 대한 이야기여서 읽어 보았다.


한국의 직장인, 중에서도 이름 있는 대기업에서 해외 업무를 주로 맡고 두바이 주재원 생활도 한 저자는 능력 있는 인텔리 출신이다. 그러한 점이 능력 없는 단체 활동가 출신인 나와는 상당히 다르지만, 어쨌든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와 카페 창업을 동시에 준비하며 경험한 구체적인 상황의 기록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글은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제외하면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다정한 경어체로 쓰여져 있다. 저자는 지인의 동네를 산책하다가 만난 비어 있는 편의점 자리를 계약한 후 그 근처로 이사하고 주민이 되어 살아간다. 리트리버 탄이와 함께하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동네 주민들과 친분을 쌓고 족구 동호회에 가입해 운동하며 동네 친구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저자는 개방적이고 서글서글한 성격의 소유자 같다. 책 말미에는 ‘10년 후의 내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가상의 상황을 상정한 글이 실려 있는데, 저자의 긍정적인 바람이 가득하다. 나와는 많이 다른 점이었고,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배우고 싶은 점이기도 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없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북카페든 동네책방이든 하려면 책과 글에 대한 깊은 내공과 감식안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막상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꼭 그렇게는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책 역시 그랬는데, 700권 정도의 책을 가지고 시작했다는 게 약간 의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전문성과 취향이란 건 그냥 선택의 문제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싶어졌다.


저자의 카페에서는 커피와 막걸리, 책을 팔지만 그는 사업을 시작하며 앞으로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적어 개인법인 등록을 했다고 한다. 카페를 준비하며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고 개인법인 신청 역시 그랬다는데, 누구나 가능한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었다.


책이 나온 시점이 딱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기다. 10년은 카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카페 수입으로 생계가 담보되는 건 아니지만 여유를 갖고 다른 일들도 병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1년이 더 지난 지금은 카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쑬딴
2020.2.8초판1쇄발행, 잇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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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