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걸음걸이2020. 8. 8. 00:35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의 1999년 영화다. 예전에 [자전거 탄 소년]과 [내 일을 위한 시간]을 봤었고 얼마 전 [소년 아메드]를 봤는데, 전작들에 비해 영화에서 무척 적막한 긴장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로제타]는 20여 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소년 아메드]에서 느꼈던 팽팽한 긴장감이 꽤 비슷하게 느껴졌다. 아슬아슬하고 숨가쁜 로제타의 일상처럼 핸드헬드 카메라는 자주 흔들린다.

 

로제타는 캠핑지인 그랑 카니발의 트레일러에서 엄마와 살아간다. 그저 정당한 일을 통해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꿈꾸지만 그 작은 소망을 삶을 늘 배반한다. 열심히 일을 구하고 엄마를 돌보는 그의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가쁘고 긴박한 느낌이 든다. 수습기간이 지나 해고되고 사장 아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겨 해고되는 그에게 실업에 대한 적절한 사회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생활보호제도의 대상이 되고 싶지도 않다.

 

매일 먹는 거라고는 40프랑짜리 와플과 물, 시간을 아끼기 위해선지 늘 쫓기듯 바쁘기 때문인지 무단횡단으로 캠핑장의 개구멍을 향하는 그녀의 귀가길은 위태롭다. 관리인의 눈을 피해 자기만의 루트를 드나들고 깨진 병에 지렁이를 꽂아 낚는 송어를 식재료로 마련할 망정 알콜중독인 엄마가 부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얻어온 물고기는 갖다 버려야만 하는 로제타. 

 

장화를 놓고 갔다며 돌아왔지만 트레일러에서 자고 싶지 않다고 금세 사실을 말하고 리케의 집에서 잠자리에 드는 로제타의 독백이 가슴에 와서 콱 박혔다. “내 이름은 로제타 네 이름은 로제타 ... 나는 평범한 삶을 산다 너는 평범한 삶을 산다.” 마지막 장면은 새 가스통을 옮기다 무너져 오열하는 로제타와 위협적으로 곁을 맴돌다 곁으로 다가오는 리케, 그리고 로제타의 얼굴 클로즈업이다. 유일한 친구 리케는 그녀를 구했을까?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 로제타는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8/7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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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