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일기2021. 12. 25. 15:44

 

 

 

 

인스타그램을 잠시 살펴보다가 하림 님의 계정에서 미얀마 난민캠프에 보낼 물품들을 모은다는 소식을 접했다. 부산영화여행을 다녀와 강박적으로 포스트들을 만들어놓고 노트북 앞에 앉았지만 글이 써지지 않고 집중도 안 되던 차, 생각이 났고 바로 행동에 옮겨 보낼 만한 물건들을 챙겨보았다.

마음에 들어 내가 샀지만 잘 쓰지 않는 가방, 정말 옛날 엄빠가 홍콩여행 다녀오며 선물로 사준 가방, 이런 것도 있어야 한다며 엄마가 사준 조금 비싼 가방, 미국의 사촌이모가 보내온 가방, 한때 많이 좋아했던 아티스트의 음반 박스세트와 함께 온 가방, 어디서 난 건지 기억 안 나는 가방, 올해가 마지막이 될 알라딘 럭키백과 각종 굿즈들까지, 보낼 만한 가방들을 챙겨보니 생각보다 양이 꽤 됐다. 옷은 별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사놓고 아예 입지 않았거나 거의 입지 않은 것들을 모아 보니 좀 됐고, 마지막 직장 생활의 징표처럼 남은 새 단체티를 더 이상 간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보내기로 했다. 수납함으로 들어간 반팔티들도 생각이 났지만 너무 큰 일을 벌이게 될 것 같아 다음을 기약. 어린이들을 위한 물건들이 많이 필요하다기에 문구류를 찾아 여기저기 뒤졌는데 새 것들을 챙겨보니 별로 많지 않다. 

십여 년 전 부천에 살 때, 미얀마 친구 T를 통해서 지금처럼 이것저것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올해 초 미얀마 상황이 나빠진 후 제일 먼저 T가 떠올랐고 안부가 궁금했지만 여전히 알지 못한다, 잘 지내고 있을까. 살면서 너댓 명의 미얀마 사람과 가까이 지냈었는데 그 중 A는 몇 달 전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평안해졌을까. 먼 곳을 연결하려는 이들 덕분에 T와 A, 옛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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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