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 거세게 황량한 바람 불어도 좋아
내가 가는 길 먹구름 가득 고인 하늘 밑이라도 좋아
저 무한의 저녁 노을이 아득히 사라질 때
나는 약속하리 변치 않을 웃음과 사랑을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인생길은 한없이 멀기만 하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타인의 고난을 같이 느껴보진 못하여도
저 무한의 저녁 노을이 아득히 사라질 때
나는 약속하리 변치 않을 웃음과 사랑을
운명이라고 정해진 이 길을 한없이 걷다가
어느덧 그 길을 다시 돌아서보려니 허탈한 웃음뿐인데
저 무한의 저녁 노을이 아득히 사라질 때
나는 약속하리 변치 않을 웃음과 사랑을
나는 약속하리 변치 않을 웃음과 사랑을
작사, 곡 이원재
노래하는 그의 모습을 89년 계몽아트홀에서 처음 보았다. '기다려줘'를 담은 독집음반을 발표한 김광석의 단독 공연에 초대손님으로 나온 기다랗고 얇은 사람. 기타 한 대를 의지하고 나직하고 맥 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었고,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드문드문 cbs fm의 심야프로 같은 데서 그의 노래가 들려왔다.
십 년이 넘게 지난 후에야 '생사인연'이라는 서글픈 노래를 담은 '인생'이란 음반으로,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안도가 어울릴 만큼, 그가 지난한 생활고 속에서 오래 병을 앓으며 죽음과 마주하기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paris, texas'를 본 후에 나는 그의 노래를 오래 들었고, 동 트는 새벽까지 마음의 괴로움을 모른 체 하려고 그의 노래를 오래 들었다. 그리고 2003년 봄 무등산 자락에서 열린 김두수의 공연 중간 손님으로 나왔을 때 역시, 기다랗고 얇고 여전히 나직하고 맥 없는 목소리를 그는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모습은 노래만큼 서글프고 맥 없는 그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는 '웃음과 사랑'조차도 우울하고 창백한 느낌이다.
아직도 유효한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한때 제2의 김민기 운운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고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음반수집가이기도 했다고 한다. '동네'의 소문보다는 몇 발짝 늦게 나는 그의 노래를 듣고 혼자서 열광하는 측이었고, 그래서 내게는 현재형인 그의 노래들이 이제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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