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달 만에 온전히 집에 있었다. 중요한(?) 주말 투쟁은 빠지지 않고 나가려고 애쓰지만, 일주일에 하루 푹 쉬어주는 것도 내게는 꽤 중요한 일이라 그러려고 하는 편인데... 물론 오전에 보수공사 때문에 경비아저씨 전화에 깨어 작업하시는 동안 네 시간 넘게 방구석에만 쳐박혀 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뭔가 어색하고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 어쨌거나 시간은 흘러 일요일 밤, 뭐라도 끄적이지 않으면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을 것 같아 찾아오는 게 고작 여기다. 페북이니 트위터니 뭐니 관계와 소통을 위한 도구들은 차고 넘치지만, 생각해 보면 예전 피씨통신부터 인터넷카페니 미니홈피니 뭐니... 결국은 각자 자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또 지금도 페북에 매복하다시피 하며 늘 보고싶은 한 사람이 연두빛으로 떠올라주기를 바라는 형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제는 4차범국민대회, 이런저런 현장투쟁들이 참 많고 고공농성도 몇 군데서 벌어지며 이미 장기 국면으로 들어선 곳도 있고...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투쟁들이 들불이 되는 게 아니라 겨우겨우 살리는 데에도 힘겨운 불씨로만 툭툭 불거져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없다고 외치고 함께 살자고 외치지만, 뭔가 큰 판으로 준비되고 모일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집회판의 주인공(?)이 되는 해당사업장의 노동자 몇몇과 학생 단위들을 빼면 그저 관조하는 분위기 같은. 다들 나름 사정이 있고 하겠지만 늘 대차게 박을 수도 없겠지만 퇴근하듯 시간이 되면 빠지는 조직대오들을 보는 마음이, 단상에서는 목숨이라도 걸 듯이 투쟁사를 하지만 이후의 실천투쟁에서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몇몇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주제 넘게도 야속하고 밉다. 어제도 마찬가지. 일상을 뒤로 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실은 늘 외로움에 시달리는 마음에만 귀 기울이며 지내는 게 참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참,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