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일기2022. 3. 10. 09:51

 

 

나가기 싫을까봐 부러 며칠 모아둔 재활용 쓰레기 내다 놓으며 투표하러 다녀왔다, 어제 얘기다.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제도 정치에 대한 관심은 투표권 행사 정도로만 굳어진 지 오래고, 찍은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굳이 의미를 부여할 것도 없는 기계적인 행위라고도 느낀다. 투표하는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보다는 당선 유력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는 것에 마음의 방점이 찍히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 나의 한 표는 그 자체로 네거티브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우편으로 도착한 공보물의 대부분은 바로 분리 수거하고 세 후보의 공보물만 남겨 대략 읽어 보았다. 이번 대선에 붙는 수식어 중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말에만 공감이 되고, 경합하는 두 후보와 정책의 미처 몰랐던 면모를 알고 싶다던가 하는 생각도 들지 않으니 세상이나 나나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다. 밤이 되어도 당선자가 전혀 궁금하지 않았고, 아침이면 알게 될 둘 중 하나의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었다.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이고, 아침이 되어 사파리앱에서 흐린 눈으로 당선자를 확인하자 오히려 무심해졌다.

그리고 실은 조금 궁금했던 걸 검색해보았다. 정당 지지도로 나타나는 정치색은 내게 자리한 '이상으로서의 통영'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지만, 내려온 후 처음 선거였기 때문에 3번과 7번의 득표수가 어느 정도일까는 괜히 궁금했다. 대선 결과에 관심은 없으면서도 막상 투표를 생각하면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이 그 순간만큼은 꽤 깊어졌는데, 결과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수치들이고 다른 이들에게 갈등의 조합은 달랐을지 모르지만 확인하고 나니 1,573와 22라는 숫자가 괜히 약간 기억하고 싶어졌다. 의외로 7번이 많다고도 느꼈는데, 설마 6번 찍으려다 밀린 건 아니겠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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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