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학전 공연 소식을 반가워하다가 조용히 포기하고 맘을 다독이던 차, 막 간절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고 싶어 신청했는데 운좋게 당첨된 ebs스페이스공감 김창기 공연, "13년 만의 외출"
맘에 걸려하면서도 하고 싶은 건 알뜰히 챙기며 살고 있으니 좀 뻔뻔한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껏 나를 키워주고 살아가는 데에 힘이 되는 것들, 그런 자리에서 다시 떠올리는 지난 기억들과 조우하는 반가운 얼굴들은 여전히 커다란 일상의 동력이다.
한시도 같지 않은 존재와 마음을 어떤 한결같음과 일관됨 혹은 일체감의 상태로 상정하고 자주 괴로워하는 내게,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말 건네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는 그의 노래들. 자기가 알고 있는 최고의 저주를 퍼붓는 어린아이가 그려져 궁금했던 '모두 지옥에나 꺼지라고 해'를, 참 좋아하는 "너의 자유로움으로 가"를 라이브로 처음 들었다.
그의 말마따나 순조로운 정신과의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들 저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와 고민이 제일 무거울 테고, 그걸 제삼자가 감히 비교하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노래를 부르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니 새삼, 십수 년 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먼저 간 친구를 떠올리며 얼마나 괴로웠을까. 게다가 그 이름을 제목으로 삼고 노래를 내놓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이 갈등하고 고민했을까 싶기도 하더라.
잊고 지냈던 옛 노래들을 들으며, 정작 난 달라진 게 없으면서 잔뜩 짊어진 부채감으로 아주 이상한 저울질을 하고 있었구나 또 깨달았다. 동물원의 첫 음반이 나온 때로부터 25년, 참 오랫동안 그의 노래에 공감하고 위로 받으며 지냈으면서 좀 배은망덕했다는 생각도.
어차피 삶은 무수하게 이질적인 것들의 집합인데 그동안 정말 되도 않는 분법을 써가며 함부로 타인을 재단하고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살고 싶든 무엇이 되고 싶든, 그건 생각과 말만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지금은 그저 좀 더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욕구와 나를 분별하고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그 안의 균형을 찾는 수밖에 없을 듯.
암튼 고대하며 기다리던 순간을 맞은 누군가의 두렵고 상기되어 설레이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도 참 행복한 일이다. 게다가 시절과 얼굴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성심 어린 노래들까지. 짧은 공연을 보니 학전 공연이 더 고파졌지만... 이번엔 여기까지. 그의 해사한 웃음에 겹쳐 떠올랐던, 힘겨운 표정의 얼굴들에도 가끔은 환하게 웃음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좌충우돌 솔직하게 잘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