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노트2014. 8. 23. 01:19


지금 이 시각 청와대 앞, 아니 청와대 한참 바깥의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세월호 유족들과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집에. 오늘의 할 일을 하고, 또 내일의 할 일을 하고, 계획된 일들이 차질을 빚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언젠가부터 나는 가급적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다. 현장에 있을 때는 나름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을 하고, 하지만 타임라인에 흐르는 수많은 간절함들에 미안해하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단속하는 날들. 어차피 모든 걸 감당할 수 없고,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마음 가는 모든 곳에 있을 수 없다는 합리화. 그렇게라도 해서 자꾸만 고개를 드는 부채의식을 접어야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뻘쭘함을 무릅쓰고 쭈뼛쭈뼛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걸음한 자리에서 느꼈던 불편함,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그저 가만히 곁에 있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면서도 마음 가는 곳에 있어야만 했던 안달. 실은 그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로부터 나를 다독이고 중심을 잡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렇게 가서 있는 듯 없는 듯 머리 속의 생각은 갈래갈래 여러 길을 오갈 때, 돌이켜보면 그 속의 내 마음은 곧잘 대상화였고 타자화였고 한편 자기만족이었다고, 물론 내 동기로부터 비롯된 모든 움직임이 자족적이기는 하지만. 아무려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좀더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고 비겁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나서 대한문에 가야해, 그리고 구미로 가야하지. 그러니 이제 잠을 자자, 스스로에게 말하는 마음이 오늘은 참 편치 않다. 소시민적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그러면서도 내 일상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 내가 바라는 삶과 실천은 실은 딱 그 수준인데, 고작 그런 마음으로 이겨내기에는 참으로 감당 안 되는 날들이다. 나는 정말로,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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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