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일지2022. 10. 31. 17:55

 

 

알람 시각보다 일찍 눈을 떴다. 선풍기까지 동원해 온 집을 환기하면서, 11월을 상쾌하게 맞이하고 싶어 매트류와 침구류를 세탁기에 돌렸다.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적잖이 불어 추웠지만 다시 혼자가 된 온전한 4박 5일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괜찮았다.

 

며칠 전부터 침대맡에서 읽던 책을 공간에 가져와 마저 읽었다. 감성 작렬하던 시절의 애틋함은 옅어졌지만, 내맘대로 마이크와 동일시하며 오래 앓았던 리버 피닉스의 몰랐던 이야기들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주체적이고 활기찬 인간이었던 것 같지만 누구나 그렇듯 주어진 환경의 한계에 신음하던 청년이 있었고, 직접적인 이유는 자명하게 마약이지만 순수한 영혼의 깊은 상처가 생의 마지막 순간을 재촉한 것 같아 슬펐다. 동생들을 따라 마지못해 바이퍼 룸에 가지 않았다면 어느 기타리스트가 건넨 음료를 마시지 않았다면 그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싶다가 하필 핼러윈, 포털을 도배한 이태원 참사가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졌다. 

 

어제는 2시 넘어 여러 사람이 방문한다는 연락에 출근 두 시간 만에 퇴근했다. 마감일지라고 쓸 말도 없어서 몇 자 끄적이다가 관뒀는데, 공간의 하루를 마감하며 뭐라도 쓰자고 정한 걸 그냥 스킵한 게 좋은 징조는 아니지만 그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 10월이었다. 11월은 달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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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어릴때